김승유 하나은행장이 기자들과 ‘폭탄주’ 술자리를 갖고 SK글로벌 처리과정을 호의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 감사의 표시를 했다. 반면 외국 언론에 대해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김승유 행장은 지난달 27일 은행권 출입기자 35명 안팎을 초청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한정식집에서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김 행장은 이 자리를 “SK글로벌 처리과정에서 언론이 도와준 데 대한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8일 올릴 <취재여록 - 김승유 행장 “언론에 감사합니다”>에서 “김행장은 SK글로벌 처리과정의 고비마다 언론이 ‘전폭적’으로 도와줘 이제 끝이 보인다고 말했다”며 “특히 해외 채권단과의 싸움에서 국내 언론이 채권단을 밀어 큰 힘이 됐으며 결국 협상을 당초 의도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행장은 외신에 대해 “SK글로벌을 부도처리하지 않은 것은…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임에도 마치 정부 압력으로 SK글로벌을 살린 것처럼 외신이 보도해 섭섭했다”며 “미국 은행이나 정부가 부실 기업에 돈 대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한국 은행들이 상업적 판단에서 기업을 워크아웃하는데 대해서는 왜 그렇게 비판적으로 보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강영진 공보팀장은 “김 행장은 ‘그동안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 쓰느라 고생도 많이 했고 어느 정도 SK글로벌 처리가 마무리돼 마련한 자리’라는 인사말은 했으나 공개적으로 다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사를 쓴 연합뉴스 기자는 “저녁식사 하면서 나눈 대화과정에서 나온 얘기”라며 “국내언론이 비교적 국익차원에서 하나은행을 결과적으로 도와줬는데 외국 언론이 ‘정부압력’이라는 식으로 다룬 것은 심하다는 뜻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호의적이거나 비판적 언론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폭탄주가 등장했고, 10여 명의 기자들은 2차로 노래방에서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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