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 편집회의에 평기자 대표가 참석하는 제도는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을까?  지난 2일로 3개월째를 맞이한 가운데 현장에서 기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KBS는 지난 6월2일부터 기자협회장과 <뉴스9> 편집부 기자가 매일 오후 2시 20분에 열리는 부장단 편집회의와 오후 3시에 열리는 주간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 평기자 대표는 부장단 회의에서는 참관만 하지만 <뉴스9>의 꼭지가 결정되는 주간단 회의에서는 아이템 추가 및 삭제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왔다.

평기자 대표는 주로 파업·한총련·대북·청와대 관련보도 등 민감한 아이템에 대한 제목이나 방향성에 초점을 두고 참관하고 있다.
평기자 대표가 편집회의에 참가한 후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는 현장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현장을 떠난 간부들만 모여서 회의할 때 나타나는 오류가 줄었다는 것이다.

손관수 KBS기자협회장은 “예를 들어 최근 ‘강삼재 전 의원 9년 구형’ 관련 꼭지도 예전 같았으면 ‘구형인데 뭘 다루냐’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는 평기자 대표의 의견을 받아들여 별도의 리포트를 내보냈고, ‘영장없이 긴급체포하지 않는다’는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도 그림이 없다는 이유로 잘 다루지 않아왔지만 이번에는 ‘인권문제’에 초점을 두고 리포트로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또 최근 현안인 파업에 대해서도 굳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아도 ‘왜 파업을 하는지’ ‘노조의 주장은 뭔지’에 대한 내용을 빠뜨리지 말 것을 주간단 차원에서 부장들에게 주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기자의 편집회의 참석은 제도화된 것이 아니다. 지난 5월 기자들과 간부들이 구두로 합의를 한 것이어서 언제든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젠 ‘제도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부적인 자발성 보다는 엉겹결에 개혁적인 사장이 와서 추진됐고 △주간단 회의 이후의 편집 변화과정에 평기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해 아직 정착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손 회장은 “평기자 대표가 참석한다고 편집상의 모든 왜곡이 없어진다고 볼 수 없다”며 “게다가 이후 어떤 정치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손회장은 “이 때문에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평기자 대표의 편집회의 참석 문제는 현재 개혁특위에서 편성규약 개정안에 신설될 ‘국실별 편성위’의 세부시행규칙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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