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박관용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민주당 정대철 대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오는 9월4일 5자 회동을 열기로 했다.

최병렬 대표가 지난 17일 노 대통령에게 4자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데 대해 청와대가 자민련을 포함시켜  수정 수용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개혁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제외했다.

청와대 5자회동이 꼬여있는 정국과 경제문제를 풀기 위한 '대타협'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여론도 적지 않으나 일부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와 민생 현안을 집중 논의한다는 자리에 왜 기성 정치권 대표들만 불렀느냐는 지적이다.

4당은 부르고 3당은 안부르는 이유

민주노동당은 27일 '대통령 회동, 우리 당대표 배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논평을 내고 "애초에 회담에서 제외된 자민련이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마당에 생산적인 회담, 사회적 갈등의 치유책을 찾는 회담이 되기 위해서 우리 당대표의 참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김배곤 부대변인은 "'의회지도자와의 회동'이라면 애초대로 자민련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4당인 자민련이 들어갔는데 왜 매번 3당을 제외하는 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전체 투표자 2478만4963명 중 95만7148표(3.9%)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광역의원 비례대표의 경우 전체 투표자 1648만2559명 중 134만376표(8.1%)를 얻어 107만2782표(6.5%)를 얻은 자민련을 앞질렀다.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후보시절에 진보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도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8일 서울 명동과 종로지역 유세에서 "나와 이회창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한국정치와 진보정당의 여건이 확 달라진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진보정당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치환경을 만들겠으니 이번엔 진보정당 지지자들도 나를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생 논의한다며 민노당을 빼?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 또 있다. 의회 정치지도자와 만나 민생문제 등 정책 현안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겠다는 부분이다. 현재 가장 첨예하게 떠오른 민생현안 중 하나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된 문제다. 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고, 경찰은 27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조만간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과 노동계에 대한 원색적인 발언 등으로 노정관계가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을 애써 외면한다면 어떻게 '서민과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이런 목소리를 경청하는 곳은 거의 없다. 청와대는 물론이고 언론들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의 논평을 기사화한 곳은 연합뉴스 한 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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