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가 지난 5월에 이어 또 다시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언론은 부산지역 컨테이너 화물의 장거리 운송이 사실상 중단되고 경기 의왕시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컨테이너 처리물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언론이 물류대란의 현상만을 보도하는 건 아니다.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들은 화물연대가 운송업체와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 분야의 운송료 협상과정에서 중앙교섭을 통한 일괄타결방식과 30%의 운송요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운송업체들은 업체별 개별교섭방식을 고수하다 결렬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는 파업 원인에 대한 별도의 분석기사를 싣지 않은 채 사설을 통해 "화물연대가 대화로도 해결할 수 있는 운송료 협상을 놓고 극한투쟁에 나선 것은 정부의 개입을 유도해 운송사와 화주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전술이다. 1차 파업 때 맛을 들인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과연 이런 이유 때문일까.

화물연대측은 이같은 언론의 분석에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장원석 법규차장은 "지난 5월 15일 정부와의 제도개선에 대한 합의를 전후해 운송업체는 '화물연대와 교섭을 한다'고 합의했으나 이달초 운송업체가 '화물연대와는 교섭을 안하겠다'며 합의를 파기했다"고 밝혔다.

파업 전에 합의 일방폐기 있었다

장차장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지난 5월 12일엔 운송업체·화주와, 같은달 16일엔 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이같은 합의를 했다. 또 지난달 7일엔 제조업체들이 운송업체와 차주의 교섭을 지원한다고 확약했고, 8일엔 운송업체 대표 14명과 노조 대표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운송업체와 화물연대가 2차교섭을 진행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운송업체는 이달 초 가진 협상에서 화물연대와는 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리하자면 운송업체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가 파업을 부른 셈이다. 장차장은 "언론보도에는 양측의 주장과 쟁점만 있을 뿐 가장 중요한 합의파기에 대한 부분이 생략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럼 기자들은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국민일보는 지난 9일자에서 "화물연대측은 5월 15일 정부와 노정합의를 통해 파업을 종료하고 정부 화주 운송업체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성실교섭과 적정운임 보장을 약속했던 화주단체들이 오히려 교섭을 방해하고, 운송업체와의 운임교섭에 전혀 진척이 없으며 정부측이 약속과 달리 노정합의사항을 왜곡, 희석시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도 "화주·운송업체의 약속파기 등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22일자 조간에 이같은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실제로 건교부 항만청 부두공사 등 정부측 자료가 이날 보도자료의 80∼90%가 된 반면, 화물연대측 자료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의 입장이 언론들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것같다."고 설명했다.

"정부 보도자료가 많아 정부 입장 반영"

파업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이든 파업 그 자체가 문제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한 건교부 출입기자는 "솔직히 정부도 그동안 이 문제를 방치해온 만큼 책임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화주나 운송업체들도 자신의 이해관계만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결과적으로 파업에 따르는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파업을 일으킨 화물연대측에 초점을 맞춰서 기사화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파업을 벌이면 일단 '조지고' 보는 보도관행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그 뒤에서 파업 원인 제공자는 웃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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