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까지만 해도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을 뜨겁게 달궜던 굿모닝시티 게이트가 완전히 종적을 감춰버렸다. 지난 5일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출두한 뒤부터 검찰이 수사 속보는 거의 기사화되지 않고 있다.

한때 언론이 여야 의원 등 정치권과 검찰 등까지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이라며 취재·보도경쟁에 열을 올리던 점을 떠올리면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굿모닝시티 게이트의 실체가 대부분 밝혀진 데 따른 결과라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회장 조양상)의 이창무 대변인은 "계약자들이 낸 5000억 원 중 땅 매입대금, 회사운영경비, 외부투자금 등을 제외하고도 1600∼1800억원의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아직 규명해야 할 사안은 많다.

게이트의 몸통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언론이 굿모닝시티 게이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직접적인 요인은 검찰과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 합의한 엠바고 때문이라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굿모닝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검 특수2부와 출입기자단은 지난 7일 수사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검찰측 요구에 따라 8일부터 15일까지 검찰의 수사상황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 뒤 기자단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중이니 엠바고 기간을 연기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다시 오는 20일까지 엠바고 기한을 연기했다.

이와 관련해 A언론사 서울지검 출입기자는 "엠바고 기간 동안 분양비리 의혹의 핵심인 정관계 인사나 고위공직자 특혜분양에 대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며 "민간인 로비스트 2∼3명이 구속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비록 엠바고가 아니더라도 보도 사안이 별로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B언론사 서울지검 출입기자는 "그래도 검찰이 소환조사하고 구속하는 사람이 있는데 쓸 기사가 없겠느냐"고 반박했고, C신문사 출입기자도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엠바고 수용은 그다지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엠바고 수용을 둘러싼 논란은 차치한다 하더라도 언론이 굿모닝시티 게이트에 대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증좌는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18일 횡령 및 배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창렬 굿모닝시티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자리에서 윤씨는 한양(주) 소유 부동산의 인수가격을 깎아준 데 대한 대가로 대한주택공사 사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한 언론은 연합뉴스(18일)와 한국일보(2단 기사), 중앙 · 동아일보(단신처리) 외에는 없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어느 언론도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독자적인 추적보도를 하지 않았다.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의 숱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입만 쳐다봤을 뿐 실체 규명을 위한 발굴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게이트'라며 호들갑을 떨면서도 '받아쓰기'에만 매달렸지 심층 탐사는 아예 포기해 버린 것이다.

취재 경로가 막혀서 보도를 못한 게 아니라 의지가 없어 취재를 안 하고 있는 언론, 그럼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결론은 역시 한국언론의 고유한 속성인 '냄비 저널리즘'으로 모아진다.

굿모닝시티 게이트가 중반기를 넘을 즈음인 지난 4일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터졌고, 11일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긴급체포돼 13일 구속되는 등 대형사건이 줄줄이 터졌다.

이에 따라 언론사들도 수사에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보다는 현재진행형의 다른 대형사건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굿모닝시티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인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측은 언론의 무관심에 불만을 표시하고 하고 있다. 이창무 대변인은 "우리가 아무리 의혹을 제기해도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가 없으면 한계가 있다.  솔직히 더 이상 입증할 자료도 부족한 상태"라며 "윤창렬 씨가 불법으로 썼다며 검찰이 기소한 350억원 이외에 1200억∼1400억 원의 용처를 어떻게 규명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는) 검찰이 엠바고를 요청한 배경이 사건을 적당히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며 "믿을 곳은 언론밖에 없는데 너무 쉽게 엠바고를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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