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사건에 대해 조선일보가 이 사실을 확인취재까지 해놓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초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향응사실에 대한 제보를 받고 취재에 착수해 양길승 전 실장에 대한 확인 취재까지 마쳤다.
당시 이를 취재한 조선일보 기자는 “당시 편집국으로 직접 제보를 받고 나름의 확인취재를 거쳤고 기사화할 수 있을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취재기자는 “사건의 배경이 미심쩍었고,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보도에 신중을 기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편집국 간부는 “당사자인 양길승 전 실장으로부터 확인취재까지 한 건 사실이나, 100% 사실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쓴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미루다가 지난달 31일 한국일보가 첫 보도를 하자 다음 날짜인 8월 1일자부터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SBS가 ‘몰카 테이프’ 내용을 보도하자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지면에 반영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일자 사설 <‘향응’은 뒷전이고 ‘몰카’만 문제인가>에서 “향응 파문의 초점이 향응의 성격 규명을 제쳐 놓고 그 현장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폭로한 배후 규명 쪽으로만 옮겨가고 있음은 본말이 뒤집힌 일”이라며 “양실장 사건의 본질은 향응 경위와 청탁 여부이고, 이것을 먼저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순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뒤늦게서야 관련 보도를 내보낸 데 대해 편집국 간부는 “양 전실장이 갖는 상징성과 지역에서 사건이 벌어진 동기, 술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벌어진 일 등을 보면 기사화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취재 기자는 “왜 지금에야 보도하느냐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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