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 방송사는 이에 대처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분주했다.

정 회장 사망소식이 연합뉴스를 통해 7시1분께 일보가 나간 뒤 방송들은 곧바로 자막과 속보를 내고 정규편성 중간에 특보를 내보냈다.

현대 계동 사옥에 가장 가까이 위치한 YTN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SBS MBC KBS의 중계차가 뒤따라 도착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기자들이 출근하기 전이었고, 더구나 휴가철 때문에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었기에 대부분의 방송이 충실한 리포트를 하지 못했다.

7시대에 세 차례 현장을 연결해 속보를 내고 8시4분부터 30분간 특보를 방영한 KBS 보도국 관계자는 “취재기자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 카메라 기자만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늘 대형사건이 터질 때면 있는 일이지만 급하게 속보를 내보내다보니 허둥지둥하는 현상은 이번에도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약한 오전 시간대에 사건이 터졌고, 휴가간 기자들도 많아 취재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리포트는 너무 잘게 쪼개서 내보내 중복된 내용이나 화면이 적잖이 나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MBC 사회부의 중견기자도 “계동 뿐만 아니라 자택과 영안실 등으로 기자들을 분배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무엇보다 취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행적 추적 등 여러면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아쉬움을 남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SBS 사회부의 중견기자도 “속보를 생명으로 하는 방송의 속성상 이런 대형사건이 터지면 사실확인 등 취재 자체가 취약한 채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경찰의 사망시간 추정이 계속 오락가락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 기자의 필요성을 제기한 기자도 있었다. KBS 보도국의 한 중견기자는 “전문적으로 통일외교나 남북문제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기자가 있었다면 이날처럼 특보체제에 들어가더라도 신속하게 매끄러운 리포트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같은 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방송 현실에서는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런 한계가 또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3사는 저녁 메인뉴스도 평소보다 5분에서 20분 가량 길게 편성했다. KBS는 평소 60분 이내로 방영하던 것을 77분으로 늘렸고, MBC는 45분에서 50분으로, SBS는 45분에서 55분으로 방송시간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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