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협회장 선임을 두고 KBS와 MBC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협회는 지난 6월 13일 임시총회 이후 아직까지 회장 선임을 위한 총회 일정을 잡지도 못한 채 회장대행체제로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방송협회는 지난 3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총회를 연기시킨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만을 갖고 있는 곳은 MBC다. MBC는 이긍희 사장(사진 오른쪽) 취임 뒤부터 줄곧 30년 동안 KBS 사장이 방송협회장을 맡아온 것을 문제삼으며 민주적인 절차로 선임방식을 바꾸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MBC측은 이 때문에 지난 6월 총회 이후 KBS측 실무자와 두차례 비공식 면담을 갖는 등 어떻게든 방송협회장 선임문제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양사간에 조정이 되고 있지 않다.

MBC 관계자는 “총회 이후 두차례 비공식적으로 만나서 ‘민주적 절차대로 하든지, 잔여임기동안 회장 자리를 MBC에 넘기든지, KBS가 잔여임기를 하되 다음부터는 선임절차를 바꾸겠다고 약속을 하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내라’고 전했지만 여전히 KBS는 자신들이 해야한다는 입장이다”라며 “심지어 양대 공영방송이 이러는 게 외부에 비쳐지면 일부 신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두 차례의 방송협회 공식행사에 KBS 정연주 사장(사진 왼쪽)은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다. MBC 관계자는 “정 사장은 지난달 방송협회 연례 위문행사(경찰기동대)와 지난달 31일 전임 임원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때도 회사 행사 사정으로 불참했다”며 “진짜 불참 이유는 협회장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하지만 KBS측은 방송협회장은 이후에도 KBS가 계속 맡아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S 정책기획센터 고위 간부는 “아직 정 사장은 방송협회 이사직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기간 방송의 사장으로서 중립적 입장에서 방송계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방송협회장은 KBS가 맡아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간부는 “박권상 전 사장이 다음부터는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는다고 얘기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MBC가 하게 되면 다른 민영방송도 하겠다고 나서 방송협회의 기능이 어느 한쪽을 편드는 방향으로 기울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KBS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방송협회를 탈퇴하고 공영방송협회를 설립할 것도 검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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