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5일로 정연주 사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는 KBS의 구성원들은 정연주 체제에 대해 ‘탈권위’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과연 회사 전체의 총체적 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KBS 구성원들은 정사장 체제 이후 불고 있는 변화의 핵심은 ‘탈권위’라고 입을 모은다. 사장은 각 본부장에게, 본부장들은 실국장에게 권한을 위임해 편집권 독립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보도본부의 경우 박권상 전 사장체제에서는 <뉴스9>의 큐시트를 사장실에 매일 올리고 사장이 이를 결재해왔으나 지금은 아예 보내지 않고 있다. 또 오전 오후의 부장단 이상 간부회의에 보도국 평기자 대표 2명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기도 하다.

편성규약 특위에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편성제작위원회를 실국별로 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이며, 공방위도 지난해 통틀어 2차례 외엔 열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매달 열리고 있다.

이장종 개혁추진단장은 “지난 5월말과 6월 초 두차례에 걸쳐 부장급 이상이 참가한 간부대토론에서 간부들이 허심탄회하게 열린 공간에서 토론하고 경영진이 사원들의 얘기를 듣는 자리를 본 것은 입사 이래 처음”이라며 “토론문화가 생긴 것이 정사장 취임 뒤 KBS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지난 6월 2일 출범해 KBS개혁 10대과제 이행을 위한 개혁로드맵을 작성중인 개혁추진단은 현재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혹은 각 협회, 노조, 실국별로 의견을 전달받고 있다.

주차장 이용도 ‘탈권위’의 한 사례다. 과거 직원들이 정문에 있는 주차장을, 연기자들이 뒷문을 이용하던 것을 이달 초부터는 정반대로 운영하고 있다.

이강택 KBS PD협회장은 “‘관료주의’ ‘비민주성’ ‘권위주의’ 등 KBS의 오랜 관행을 깨는데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손관수 KBS 기자협회장도 “KBS의 변화가 사장의 교체를 계기로 외부로부터 강제된 측면은 있으나 의사전달구조가 왜곡됐던 과거의 틀을 깨 일선 기자들은 조직의 활기가 생겼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중간간부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의식적으로 평기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보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PD는 “KBS 개혁의 중요한 과제의 하나인 인적 쇄신의 문제는 그동안 논의는 많았지만 실행된 건 많지 않다. 기존 인력 풀의 한계가 있어 아직 충분한 쇄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관계자도 “정권이 바뀌면 변한다는 식이 아니라 다른 사장이 와도 지금처럼 사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도국의 한 중견기자는 “현재 사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는 KBS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데 시청률이 부진해질 경우 개혁추진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끄는 평가 요소 가운데 하나가 프로그램 개혁이다. 이에 대해 한 PD는 “1TV를 바꾸긴 했지만 오는 10월 개편 때 2TV 편성을 어떻게 가져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스도 마찬가지다. 한 기자는 KBS의 보도 방향에 대해 “그동안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도해왔다면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광장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주 사장도 지난 29일 오전 회의에서 “9시뉴스가 경쟁력은 높지만 앞으로는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저널리즘 본래의 역할을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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