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섹션면 재인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기자에게 중징계를 내리자 한 기자가 “회사가 과연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회의가 든다”며 자사의 내부분위기를 비판했다.

사건은 날씨를 담당하는 이모 기자가 지난달 27일자 주말매거진 3면에 썼던 <날씨 이야기> <휴양지 날씨> <세계 날씨>의 고정 컷이 지면에서 누락된 데서 불거졌다.

이 때문에 조선일보는 인쇄됐던 섹션 83만부를 재인쇄해 모두 5000여 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조선일보는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기자에게 △월급 하루치 급여의 절반 감급 △연말 특별상여금의 60% 삭감 △이후 3년간 연수금지 △6개월 호봉승급 연기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조선일보가 이같이 징계를 결정하자 허인정 기자(사회부)는 지난 18일자 노보에 기고한 <어이없는 징계와 냉소주의>라는 글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우리 회사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허 기자는 “대장 상에서는 잘 나왔던 컷들이 왜 인쇄할 때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며 이같은 인쇄 오류가 앞으로 또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며 “편집국 선후배들의 반응은 ‘조선일보가 그런 조직인줄 이제야 알았나’라는 냉소였고, ‘그런 조직인줄 알고 네 보신이나 잘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지적했다.

허 기자는 이어 “조선일보 기자라는 것이 그토록 자랑스러운 가치인지에 대해서도 참담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며 “경력 기자들이 ‘조선일보는 실수 하나로 망가질 수 있는 살벌한 곳’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털어놨다.

허 기자는 호봉제로 월급체계가 바뀌었음에도 미술팀의 38기 취재기자들이 여전히 낮은 연봉의 계약기자로 묶여있는 사례를 들며 “이들에게 이런 대접을 하는데 어떻게 조직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할 수 있나”고 덧붙였다.

허 기자는 “이제 기자들은 죽고 월급쟁이만 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느낌이 든다”며 “이번 일에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조선일보가 이토록 병들 때까지 아무런 손도 쓰지 않고 있는 경영진과 노조원 전부”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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