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연성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C의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의 경우 최근의 방영분에서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지 않는 사안이 다뤄졌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왔다.

지난 6일 무한격투기  열풍 현상을 다룬 <무한격투기 ‘붐’>편에서는 무한격투기에 빠져드는 현대인의 심리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진단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신종스포츠의 매력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이종격투기에 대한 표피적인 호기심만 유발한 것 아니냐” “폭력과 잔인함을 미화하고 포장하는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부자가 된 사람들의 성공담을 소개한 <부자 엿보기>에 대해서도 “과연 2580의 성격에 맞는 소재인가”라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이날 방영분에서 박명복(속옷사업)씨나 한덕용(투자와 재테크)씨 모두 재산을 마련한 밑거름은 부동산이라고 밝혔다.

2580팀에 근무한 바 있는 한 기자는 “부자를 소재로 다루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재테크에 밝지 못하거나 가난한 소시민에게는 오히려 열패감을 줄 수도 있다”며 “이전의 2580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방송 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는 시청자의 의견도 있었다.
지난 5월 18일 방영된 <끝나지 않은 살인>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배경이었던 화성연쇄살인을 소재로 당시 경찰의 초기 미온대응, 사건미결 요인 등을 다뤘다. 그러나 영화 장면을 자주 삽입하고, 정황 증거없이 항간에 떠도는 괴소문을 그대로 소개하는 등 흥행 영화에 편승해 호기심만을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SBS <뉴스추적>도 시민단체로부터 선정적인 화면과 음악, 사건 재연에 의존하는 구성으로 시시고발프로인지 드라마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가 올 4월 16일부터 6월 25일 방영분까지 모니터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스추적>은 충분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거나 여론을 환기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경위와 현상을 나열하며 선정적인 화면과 장치들, 감정에 소구하는 구성과 취재방식으로 다루고자 하는 주제나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14일 방영된 <흔들리는 교권>편에서는 NEIS를 문제로 보고 있으면서도 이것이 왜 문제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부족했고 오히려 교단내의 갈등만 부추기는 보도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보도민실위 관계자는 “시사고발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접근이 전보다 소홀해졌고, 철도파업, 서해교전 1주년 등 시의성 있는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분석이 아쉬웠다”며 “조만간 민실위 차원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C 2580팀의 중견기자는 “고발성격이 약해졌다는 시각이 있을 수는 있지만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 되던 과거와 달리 소재 찾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며 “사회가 다양화된 점을 고려해 휴머니티 차원의 접근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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