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가 ‘경품꾼’ 주의보를 발동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취자에게 주는 경품을 타내기 위해 일부 ‘꾼’들이 이름을 바꿔가며 이 프로 저 프로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MBC 라디오는 지난 9일 경품협찬 대행을 맡고 있는 MBC애드컴으로부터 자사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채택된 청취자들에 대한 경품 제공실태 조사 결과를 넘겨받았다. MBC애드컴은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MBC의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품 수혜 대상자 명단과 전화번호, 주소를 토대로 조사했다.

MBC애드컴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전화번호의 경우 무려 120여 차례나 경품을 탄 일이 있었다. 이밖에도 한 전화번호에 60∼80여 차례의 경품이 지급되기도 했다.
MBC 라디오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참고로 PD들에게 특정인에게 경품이 집중되는 현상을 주의할 것을 주문했다. MBC 우종범 라디오본부장은 “순수한 청취자에게 고루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며 “일부 특정 청취자가 경품을 독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라디오 PD는 “‘꾼’이라고 할 만한 청취자가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7층 생방송 스튜디오에 특정인의 명단을 게시해놓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라디오 PD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한 프로그램에서 자주 경품을 받아가는 청취자는 오히려 애청자라고 봐야 한다”며 “다만 일부 청취자가 오로지 경품을 받을 목적으로 여기저기 프로그램에 중복된 사연을 보내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MBC애드컴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품을 받은 청취자 인적사항을 일일이 수기로 작성했기 때문에 체크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전산화가 돼있어 조사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 “이름과 주소를 허위로 작성할 가능성이 많아 이번엔 전화조사를 통해 자료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심이 가는 전화번호를 기준으로 조사를 해 정밀성을 기하긴 했지만 진짜 ‘꾼’들은 다른 전화번호를 대기도 해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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