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최근 발행한 사보와 노보에 경력기자와 수습을 갓 뗀 기자 등의 '회사 비판'을 담았다.

지난 13일 발행된 조선일보 사보 <"반대편 목소리도 겸허히 귀기울여야">라는 글에서 A경력기자는 "(조선일보는) 팩트를 곡해해서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밖에서는 보고 있다. 조선일보가 갖고 있는 권위만큼, 바르게 해석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그게 좀 부족하다.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수구꼴통이라는 비판도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B기자는 "반대의 목소리도 모두 수용한다고 말하는데, 실제 다양한 소리를 겸허히 듣고 그걸 발전적으로 승화해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고, C기자는 "조선일보가 얼마전 역사학자들의 입을 빌어 과거청산을 거론치 않겠다는 노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는데, 그 학자들이 바로 지난해 친일파 논쟁이 일었을 때 '덮고 가자'는 주장을 폈던 사람들이었다. 사안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논리가 아닌 일관된 논리와 논지를 밀고 나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초 김기철(한국일보), 홍원상(대한매일), 황대진(매일경제)기자를 경력기자로 채용한 바 있다.

지난달 말로 수습을 갓 뗀 42기 기자들도 지난달 29일자 사보에서 과감하게 내부의 문제점를 지적했다. 다음은 내부 비판 글의 요지.

"선후배간, 부서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인간적인 교류도 거의 없다고 느꼈다"(A기자).

"의사소통은 항상 일방적인 것 같다. 아이디어 회의 때도 기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만 따지지, 평등한 의사소통이 없다. 기사나 편집결정권이 데스크 중심이다"(B기자).

"얼마 전 서해 꽃게잡이 기사를 보면 한겨레와 조선의 논조가 극과 극을 달렸다. 기자가 현장에서 느낀 것을 썼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그게 개인 성향 때문인지, 이미 조직 분위기에 함몰돼서인지 궁금해진다"(C기자).

"약자의 입장에 서서 조선일보를 강자의 대변 신문이라고 보고 비판하는 안티조선도 있다. 황학동 재래시장 회장은 '강자 입장만 들어주는 신문'이라고 쏟아부었다. 이런 사람들을 무시하면 안된다."(D기자).

"70대 이상 된 화교협회 회장은 '조선일보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다른 취지의 글을 3번이나 기고했지만 다 반려했다'고 항의했다. 그런 논지를 수용할 수 없다면 명확하게 설명해줘야 하지 않을까 아쉽다"(F기자).

"우리 신문은 '보수 우익'이란 방향이 설정돼있다. 그렇지만 보수꼴통이 아닌 '건전한 보수'란 평판을 들을 수 있게 사회 각층에 귀를 많이 열어야 한다"(G기자).

조선일보는 올해 초 12명의 42기 수습기자를 채용한 바 있다.

조선일보 노보는 지난달 27일자에서 최근 경향신문에 있다가 중앙일보로 옮긴 사진기자의 사례를 들며 인재를 제대로 아끼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중앙일보가 주말판을 내기 위해 경향신문 K기자를 영입하면서 △이 기자가 요구하는 장비들 뿐만 아니라 데스크와 기자, 편집기자, 디자이너까지 포함한 일종의 팀까지 마련해줬고 △사진 저작권도 제공했으며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나 지급될 법한 계약금까지 제공한 점을 평가했다.

반면 노조는 "조선일보에도 K기자 못지 않은 유능한 기자가 있었지만 5년여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나갔다"며 "단지 계약직 신분과 금전적 불이익 때문만이라고 할 게 아니라 주변에 조직적인 분위기에 눌려 능력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 채 '잠수'만 하고 있는 동료들이 없는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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