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상 두번째로 여성 주필이 지난 1일 탄생했다. 대한매일 임영숙 주필이 그 주인공. 대한매일의 최고참 기자인 임주필은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견지해나가는 논조를 견지할 것"이라며 "여성문제도 적극적으로 사설과 칼럼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임주필을 만나 기업 CEO 출신 인사가 사장이 된 대한매일에서 임주필이 지면의 방향과 논조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들었다. 임주필은 서울신문 문화부장, 생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대한매일 공공정책연구소장, 미디어연구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여기자클럽회장을 맡고 있다.

-인사 배경을 어떻게 파악하나.
"그동안 기명칼럼을 계속 써왔고, 대한매일 특화전략의 하나였던 공공정책연구소장과 미디어연구소장을 통해 신문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두번째 여성 주필이 됐는데.
"후배 여기자들에게 넓고 평탄한 길이 열릴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내가 젊었을 때만해도 '문화부' 조차 주위에서 '여자인데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여성 주필이 화제가 되는 시대가 빨리 지나야 한다. 여기자들도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소극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좀더 생각했으면 한다"

-최근에도 남성 중심의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나.
"예를 들어 '성희롱' 사안에 대해 내가 글을 쓰면 으레 '여성이니까 쓰겠지'하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언젠가 한번은 내가 회의자리에서 '이런 문제는 오히려 남자가 써야 한다'고 주장해 남성위원이 쓴 일도 있다."

-임주필의 인사를 두고 세대교체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내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신문이야말로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주필이란 자리는 세대로 따질 수 없다. 허심탄회하게 가슴을 열고 후배들과 대화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사설이나 칼럼에도 여성문제를 많이 반영할 생각인가.
"고정 코너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여성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주요 화두로 지면에 반영할 것이다"

-논조와 지면방향은.
"민족, 남북, 인권, 사회적 약자 문제에 대해 어디보다 진취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다. 그렇다고 백화점식 나열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사원이 주인인 회사라는 점에 부끄럽지 않은 지면을 만들 생각이다."

-그동안 사설이나 칼럼이 너무 무난한 편이어서 여론 선도기능이 약하다는 내부의 지적이 있었다.
"대한매일만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라는 후배들의 요구는 위원들간에 검토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사설이란 게 토씨 하나에 따라 의미 차이가 커질 수 있는 것인만큼 매번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합리적 해법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계에서는 조중동과 한경대로 나누는데.
"신문의 색깔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가르는 것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균형과 조화의 관점에서 우리는 조중동이 아닌 한경대에 속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현재 언론상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언론시장 측면에서 무한경쟁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져가고 있고 여론의 왜곡현상도 심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33년 기자생활을 되돌아본다면.
"최선을 다해왔다. 다만 한가지 아픈 기억을 들자면 문화부장을 하다가 생활부장이 됐을 때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 생활부장의 경험이 논설위원 때 도움이 많이 됐다. 하기 싫은 일도 나중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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