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방송이 운영권 뿐만 아니라 편성권에서도 서울시와 지방 경찰청의 간섭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교통방송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방송(TBS)은 서울시 산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공사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교통방송을 적극적인 수단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PD들은 각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홍보를 했는지를 기록했다가 서울시장 주재회의 때 보고하는 한편, 시공무원들로부터도 하루에도 몇 번씩 홍보해달라는 부탁에 시달려야 한다고 털어놓고 있다. 한 PD는 “사실상 편성권 위협을 받고 있지만 워낙 위상이 취약하다보니 이같은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산하에 있는 TBN(지역 교통방송)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주교통방송의 한 기자는 “경찰 출신의 본부장이 종종 ‘교통제보의 건수가 얼마냐’ ‘구체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식으로 실적을 요구하는 등 경찰스타일대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침 프로그램에서는 매일 지방 경찰청과 연결해 사건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사건, 사고 건수’ 등 경찰의 하루전날 업무를 일방적으로 소개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일일업무보고에 경찰업무 홍보를 몇건 했는지를 기입하게 돼있어 암묵적으로 프로그램에서 경찰업무 홍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경찰청 예산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교통방송과 지역 교통방송 모두 서울시와 경찰청의 한 조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인사재정권 뿐 아니라 편성권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교통방송의 한 기자는 “공사화든 민영화든 독립되지 않으면 선진 교통문화 창달과 교통정보 제공이라는 설립취지와는 달리 시 홍보나 경찰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통방송의 한 PD도 “시장 개인이 아닌 라디오 청취자가 주인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상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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