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전 법조비리사건을 보도한 MBC 기자들에게 유죄선고를 내리자 언론계에서 고발기능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손철우 판사는 지난 20일, 99년 1월에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대전법조비리를 보도했던 고영성 전 대전MBC 기자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서상일 기자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 강덕원 편집제작부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유 2년과 사회봉사명령 120시간, 김지훈 기자에게 징역 4개월에 집유 1년,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

손판사는 판결 직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이씨의 범죄사실로 보도된 내용을 수사한 결과 증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허위 사실이며 종합적으로 보도경위를 살펴볼 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보도 내용의 사회적 파장이 엄청나고 오보인 경우 법조 구성원 등 이해관계자에게 끼칠 피해가 막대할 것이 예상됐는데도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또 하루 정도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보도를 결정한 뒤 전혀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직접적으로 보도하거나 이를 암시하는 보도를 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MBC 법무저작권부 조규승 차장은 “이종기 씨가 판검사들에게 대가성 소개비를 줬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검찰청 감찰기록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라며 “당시 이종기 변호사와 수년간 함께 근무한 김현 사무장으로부터 기자가 건네받은 자료였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손판사의 판결로 인해 비리고발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위축된다며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이 잇따라 나왔다. 대전경실련 등 17개 대전지역 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3일 ‘법조비리 파헤친 기자에 대한 사형선고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최승호)도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법조계의 패거리주의가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라며 “법조계의 뿌리깊은 병폐를 우려하는 사회의 모든 양식있는 세력과 연대해 이번 판결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조와 대전충남기자협회도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현재 MBC는 대전법조비리 보도와 관련해 99년 4월에 현직검사 22명이 제기한 1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정정보도 청구소송 2심을 진행중이며 이종기 변호사가 지난 2000년 1월 제기한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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