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한 기자가 납치된 인질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취재 윤리와 경찰의 인명보호 불감증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 밤 수원 영통에 사는 조모 여인이 카드 빚을 갚기 위해 남편을 속이고 인질강도를 가장했다가 자작극으로 드러난 사건과 관련, MBC의 한 기자가 자작극을 벌인 주부 조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MBC 기잔데요. 어떻게 된 겁니까”라고 말했다. 이 사실은 오마이뉴스에 현직 경찰인 이동환씨가 올린 글에서 처음 밝혀졌다.

이에 대해 MBC 사회부의 한 중견기자는 “연차가 낮은 기자가 야근 도중 경기도 경찰청으로부터 팩스로 전해 받은 상황보고서에 담긴 피해자 인적사항을 보고 무심결에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바람에 생긴 실수였다”며 “피해자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야간조장을 했던 정치부 중견기자는 “자작극이 아니었으면 큰 일날 뻔 했던 만큼 이 사건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해당 기자에게 엄하게 주의를 주었고 다른 후배 기자들에게도 인명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선 신중하게 취재하도록 당부했다”며 “다만 납치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담긴 상황보고서를 새벽에 엠바고도 걸지 않고 언론사에 보낸 경찰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상황보고서를 공보실에 전달하는데 공보실에서 이를 언론사에 제공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건을 전담했던 서울 남부경찰서 폭력2반 관계자는 “평범한 사건도 아니고, 기자라면 그 정도는 알만한 일이었을 텐데 실제 사건이었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경기 경찰청에 기자실이 있다는 점 때문에 개별 사건에 대한 노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기자들의 무분별한 취재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MBC는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가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인질사건의 범인이 체포되기도 전에 MBC 기자가 인질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 보도했다”며 “법적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MBC는 당시 자사 기자는 “이미 체포된 사실을 알고 난 뒤 전화를 걸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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