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홍보관계자들이 자체 행사를 열면서 신문사에 식사비, 술값 등 후원을 요구하는 관행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한국대학홍보협의회는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전국 120여개 대학 130여명의 홍보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총회를 개최했다.

각 대학 관계자들은 참석비로 개인 당 30만원씩을 거뒀으나 11일과 12일 저녁 식사비, 술값 등은 각각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광고국 관계자들이 부담했다. 신문사 당 500만∼10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지출했다. 이들 신문사 관계자들은 “주최측의 후원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이 행사는 대학 홍보인들의 친목 모임이었으나 5∼6년 전부터 일부 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들이 ‘신문활용 대학광고방안’ 등의 강의를 하는 한편, 매년 돌아가면서 식사비, 술값 일체를 부담하는 일종의 광고주 접대 행사로 전락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해 2월엔 중앙일보가, 11월엔 동아일보가 행사 후원을 했다.

조선일보 광고국 관계자는 “대학교가 몇 년 사이 많은 양의 광고를 하고 있어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3년여 전부터 젊은 층의 ‘안티조선’ 분위기 때문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단체에서 회비를 거뒀음에도 별도로 매년 후원 요청을 들어주는 게 솔직히 짜증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얼어붙은 신문광고시장을 고려할 때 외면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광고주 행사 때 신문사가 접대하는 것은 일종의 대세”라며 “대학 광고주의 눈치를 안볼 수 없어 부담을 무릅쓰고 후원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 홍보관계자는 “각자 거둔 돈으로도 충분히 행사가 가능한데 굳이 신문사에 ‘평소 우리가 술·밥을 샀으니 이번엔 너희가 사라’는 식으로 후원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라리 공식적으로 후원을 받아서 그 돈을 술마시는 데 쓰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언론과의 산학협동에 쓰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현호 대학홍보협의회장은 “회원들에게 신문사 사람들과도 서로 이해하고 인사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일부 비판적인 사람도 있는 만큼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개선할 점은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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