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해교전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평도 근해에 최근 북한어선이 월선한 뒤 일부 언론이 위기감을 부추기는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꽃게잡이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여러 차례 북한 어선이 월선, 해군이 경고사격을 하는 일이 벌어지자 일부 언론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식으로 현지 분위기를 몰아갔다.

동아일보는 4일자 <‘북어선 침범’ 불안한 연평도 어민들 “꽃게철 무사히…”>에서 “조업에 나섰던 연평도 어민들은 해군의 함포 및 기관총 경고사격 소리를 듣고 하루 종일 안절부절 못했다”고 설명하며 “기상 조건 외에 남북한 대치라는 또 하나의 변수가 꽃게잡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최동희 어민회장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4일 자 <”우린 꽃게 근처도 못가고…” 한숨의 연평도>에서 “이틀 전에는 경고사격 소리가 들려 일찍 철수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또 전쟁나는 것 아냐?” “이러다 잘못돼 지난해 같은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갑갑해진다”는 어민의 말을 전했다.

이와는 달리 다른 언론사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짜 <꽃게 절정 ‘환호-긴장’ 교차>에서 “6월 첫날부터 북한 어선을 향해 쏘는 경고사격 소리가 들리고, 지난 열흘 동안 북한 어선이 거의 매일 북방한계선을 넘나들었지만 정작 3일 오후 만난 연평도 어민들의 표정에서 위기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며 “북한 어선이 넘어오든 말든 올해에는 어획고도 좋고 꽃게 값도 좋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한 선주의 말을 전해 대조를 보였다.

경향신문도 5일 자 <연평주민들 “함포소리 이젠 안놀라요”>에서 “99년과 2002년 연평도 인근해역에서 두차례 벌어진 남북한 교전이 떠올려질 만도 했으나 주민들의 얼굴에서는 불안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하며 “함포사격을 마치 남북한의 위급한 상황으로 확대 해석해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선장 박태원씨의 말을 전했다.

이와 관련, MBC 최일구 기자도 “현지 분위기는 어선이 내려온 것이어서 긴장감은 없었고, 평온했다”며 “‘의도가 있는 월선’이라는 국방부 발표와 함께 일부 언론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평도 현지를 취재했던 조선일보 기자는 “어민들이 겉으로는 별 상관없다고 얘기하지만 좀 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아니어도 적어도 월선, 경고사격 등으로 조업활동과 생계에 피해를 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긴장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북한전문가인 강철환 기자는 “북어선이 월선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닌 오래된 관행인데 이를 언론에서 다시 전쟁이라도 날 듯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무리”라며 “하지만 반대로 북어선의 월선은 북한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언론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특수상황도 고려해 너무 북한 어선의 월선을 두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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