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진부 채승우 기자가 오는 13일부터 26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스페이스 사진’에서 ‘깃발소리’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 이 사진전에는 지난해 월드컵 뒤 거리에 나부끼기 시작한 태극기가 여중생 사망사건과 반전시위, 대선 뿐만 아니라 보수단체의 반핵반북시위까지 빠짐없이 등장하는 과정과 각 장소마다 태극기에 담겨진 의미가 무엇인지를 포착한 사진 28점이 전시된다.

채 기자는 지난해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국내에 불어닥친 태극기 열풍 속에 숨겨진 ‘집단의식’에 주목, “단순히 태극기를 흔들며 열광하는 모습 보다 태극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사진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월드컵 뒤 좌파 쪽에서도 태극기를 들고 나왔고, 대구참사 때도 태극기가 등장하는 현상을 보면 ‘태극기가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채 기자는 “한 사례로 ‘학생들이 태극기 앞에서 차렷자세를 취하는 장면’이 있다”며 “왜 권위 앞에서 차렷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사진의 특성에 대해 채 기자는 “신문의 보도사진은 매 순간 타사의 사진과 비교해 우선순위가 매겨지지만 1년 만 지나도 왜 이 사진을 잘 찍었다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도 많았다”며 “보도 당시에만 의미를 갖는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관통해 뜻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천편일률적인 보도사진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게 채 기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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