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대표의 ‘룸살롱 뒷풀이’를 비판했던 언론사 한나라당 반장(당 선임 출입기자)들도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호화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3당대표의 룸살롱 술자리 다음날인 22일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 SBS 윤세영 회장이 술자리를 가졌고,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는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박종희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기자들과 술자리를 벌인 것이다. 22일 자 신문·방송들은 대부분 전날 3당 대표의 룸살롱 뒷풀이를 비난했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등 당직자 7∼8명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백리향에서 한나라당 정당반장 16∼17명과 함께 상견례를 겸해 술을 마셨다. 이날 술자리엔 폭탄주가 돌아가는 등 분위기가 고조됐고, 2시간 가량 계속됐다.

1차가 끝난 뒤 박희태 대표 등 일부 당직자와 기자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박종희 대변인과 나머지 당직자, 8명의 기자들은 여의도의 한 단란주점으로 가서 2차 술자리를 가졌다. 이 단란주점에는 술시중 드는  여성 접대부들도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A중앙일간지 한나라당 반장은 “백리향에서 박 대표가 박 대변인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자 박 대변인이 평소 잘 가던 단란주점에 뜻이 맞는 기자들과 가게 됐다”며 “박 대표 취임 뒤 가진 첫 저녁 자리였고, 한나라당 반장들도 교체된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새로 교체된 반장들과 통성명도 필요해 참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B중앙일간지 반장은 “여자도 나온 단란주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전날 3당대표의 룸살롱 술자리와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C방송사 반장은 “술자리가 좀 과했던 측면 있다. 솔직히 ‘3당대표도 갔는데 우리도 간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는 농담도 있었다”며 “전날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이날 술자리도 문제될 소지가 있다. 그다지 바람직한 자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관행적인 평소 술자리였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자리였다. 애초 저녁식사만 하고 노래나 한 두곡 부르려했는데 박 대표가 폭탄주 원조니 한번 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잔 더 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 단란주점까지 가게 된 것”이라며 “평소 습관적으로 하던 일이라 까다롭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술자리에 대해 ‘유착관계 아니냐’ ‘전날 3당대표 룸살롱 뒷풀이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점을 감안해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식의 지적은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술자리 비용으로는 300여 만원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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