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에 대해 단신성 기사와 부동산 뉴스가 부쩍 증가해 리포트의 질적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최근 사건사고와 부동산 뉴스가 정도를 넘어섰다”고 지적한 뒤 21일 회사측과의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선 ‘조심’기사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실위는 <이런 강도 조심>(1일) <한의사 유학 조심>(3일) <에어컨 도둑 조심>(6일) <항공 레저 조심>(11일) <할부미납 조심>(16일) 등을 예로 들면서 “이달 들어 보름동안 나간 ‘조심기사’가 9꼭지였는데 대부분 단발성 사건사고 기사에 의미와 가치를 자의적으로 부여하는 과정에서 ‘조심’이라는 딱지가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실위는 신문에서 1단기사, 방송에서 단신뉴스에 불과한 기사를 리포트로 제작하고 있는 반면 4.3 진상보고서와 같은 기사는 단신으로 처리됐다며 “단신성 리포트를 기준은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이 기간 우리 사회는 화물연대 파업과 특검수사, 대통령 방미, 북핵문제, 신당 창당, 국정원 개혁 등 큰 사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뉴스도 도마에 올랐다. 민실위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3사뉴스를 비교한 결과 부동산 뉴스가 KBS 23건, SBS 17건인데 비해 MBC가 27꼭지로 방송3사중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이 중 절반 가량이 <(수도권 신도시) 땅값 들썩>(5일) <첫날 청약 과열> <투기바람 번진다>(6일) <한탕 노린다>(7일) <투기자금 어디로>(10일) <(신도시 부동산) 들썩 들썩>(11일)처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듯한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민실위 관계자는 “부동산뉴스와 사건사고뉴스의 공통점은 시청자들의 흡입력이 높고, 고난도의 많은 취재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상대적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시청률도 이에 호응하는 추세이지만 결과적으로 리포트의 질적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영회 보도국장은 “후배들의 건전한 의견으로 참고할 만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회의석상에서 여러 차례 논의한 결과 ‘일반인들에게 전달할만한 사건 사고뉴스를 선별해 전달’하고 ‘부동산 뉴스도 시청자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이 다루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길재경 부부장 망명 오보에 대해 MBC는 상대 방송사들보다 많은 꼭지수로 이 사안을 다뤘으나 다음 날 정정보도는 소홀하게 취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실위는 “망명설의 당사자가 워낙 비중있는 인물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오보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며 “정확하지 않은 기사는 신속할 필요가 없다. 이번과 같은 대형 오보는 항상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확인된 것만이 기사가 된다’는 원칙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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