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이상업 경찰대학장(당시 경찰청 수사국장)의 ‘조폭 돈 수수’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정정보도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26일 <폭력조직 토지신탁사업에 개입 ‘전방위 로비’>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알려진 토지신탁 개발사업에 폭력조직이 개입, 경찰 고위 간부와 은행 및 공기업 간부들에게 전방위 금품로비를 벌인 사건이 검찰에 적발됐다”며 “경찰관 중에는 이상업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현재 경찰대학장)이 포함됐다고 검찰은 밝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에 이상업 경찰대학장은 검증되지 않은 말들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며 조선일보에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같은 내용을 보도한 동아일보는 이 학장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내자 지난달 30일 자체적으로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이 학장 쪽 관계자는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심의절차를 거쳐 정정보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혀와 중재위에 신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 사내에 설치한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위원회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고 “보도자료에는 이씨의 비리관련 내용이 없고, 내사단계에서 종결된 만큼 실명과 단정적 표현을 쓴 것은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정정보도를 결정했다.

이상업 경찰대학장은 이에 대해 20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해 명예에 타격을 줬다”며 “이 충격으로 애초 법적 대응도 생각했지만 조선일보가 자체적으로 정정보도를 해 더이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학장은 정정보도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생각하지만 언론이 사실대로 보도하길 바랄 뿐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학장 쪽 관계자는 “허위사실에 대한 겸허한 반성보다는 독자권익보호위원회를 홍보한 효과가 더 큰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중재위를 거치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조치하는게 낫다고 판단해 독자권익위의 심의를 받은 것”이라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미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개인의 명예 회복보다는 기사에 대한 정정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그 정도 수준으로 정정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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