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들이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단순 사건 사고기사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이라크전이 끝난 뒤 KBS와 MBC 등 방송사 9시 메인뉴스에 사건사고 기사의 꼭지수가 대략 하루 평균 4∼5개로 전보다 2∼3꼭지 정도 늘었다. 기사의 내용은 음주운전, 소음문제, 아동 유괴문제, 사기행각, 안전문제 등 시민들의 생활과 관련성이 있는 사안들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사안에 대해 표피적, 자극적 접근 우려가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한 관계자는 “국정원개혁, 신당창당, 구조조정, 특검 등 선이 굵은 현안들이 산적해있음에도 일선 경찰서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 기사를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이런 류의 기사들은 주로 시민들의 갈등을 소재로한 단발성, 우연성이 높은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흡입력이 높아 시청률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사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로 일부 기자들은 미·이라크전 뒤 이슈로 삼을 만한 큰 아이템이 부재한 점과 시청률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 KBS와 MBC 모두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MBC본부 관계자는 “권력과 사회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으로서 이런 경쟁이 바람직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민실위 회의서 이 문제로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사고 기사는 보통 하루에 중요한 1∼2건 정도면 충분하고 그 내용도 ‘재발가능성이 있는지’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하나 돌출적이거나 우연한 사건 사고기사에 지나치게 방송 전파를 할애하는 것은 자칫 사안을 표피적이거나 자극적으로 접근할 우려도 있다는 게 기자들의 평가다.

이에 대해 MBC 사회부 중견기자는 “내부에서 사건사고 기사의 증가로 ‘뉴스 연성화’나 ‘1단기사의 뻥튀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뉴스를 통해 안전문제 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의미도 간과돼선 안된다”며 “반드시 시청률을 늘리기 위한 목적에서 늘리는 것은 아니고 강력한 스트레이트를 기반으로 생활과 밀접한 기사를 늘리자는 새 보도국장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KBS 중견기자는 “오히려 캠페인류의 기획성 기사를 줄이고 변화무쌍한 기사를 늘려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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