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서영석 정치부장이 지난 16일 회사측에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서부장은 “제도권 언론사 조직 안에서의 활동이 자유로운 글쓰기와 사회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며 “주변에서 서프라이즈를 키워보라는 제안이 많아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문정치칼럼 인터넷매체로 키우는 한편, 라디오21 공동대표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서부장을 만나 정치부장을 맡은지 3개월만에 그만두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었다. 서부장은 19일부터 열흘간 휴가를 다녀온 뒤 이달 말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다.

-왜 회사를 그만 두게 됐나.
“기자 생활 20년하면서 조직속의 활동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욕심이 여러 차례 있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하면서 정치부장을 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3개월간 재임을 했고, 가장 절정기에 조직을 떠나게 됐다. 정치부장이라는 자리는 글쓰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회사 경영진이나 고위 간부진과의 갈등은 있었나.

“회사와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편집국장이 외부 매체에 쓰는 기고 등 정치부장 이외의 활동에 대해 싫어하긴 했다. 회사 안팎의 불협화음 때문에 그만 둘 결심을 한 건 아니다.”

-정치부장이란 자리는 어땠나.
“원래 나는 말하고 싶으면 못견디는 스타일인데, 정치부장이라는 자리는 신문을 통해 내 생각을 간접적으로 독자에게 구현할 수밖에 없다보니 그동안 말하거나 쓰고 싶은 것을 억누르면서 해왔던 게 사실이다. 정치부장을 그만 두고 나면 어느 정도 단계를 거쳐 편집국장까지도 갈 수 있는, 누구나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는 자리다 (정상적 사고로는 미친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는 현실과 내 욕망과의 갈등 때문에 후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말하고 싶었다는 것은 뭔가.
“노무현 집권을 읽어냈던 개혁적인 보통사람들이 그들의 목표를 달성한 뒤 현재  허탈감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 집권 뒤 담론의 방향을 설명해줘야할 사람들이 대거 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분열 양상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이를 보완하고, 개혁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싶었다. 지금은 오피니언 리더 계층과 바닥정서의 괴리가 존재하고 있다.”

-괴리감이라는 것은.
“대선 국면에서 50% 이상이 개혁을 지지했다면 지금은 80% 이상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거꾸로다(대다수가 개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이 때문에 개혁세력이 흔들리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관점에서 대통령이 도저히 될 수 없는 노무현이란 사람이 대통령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갖고 있는 거부감 때문에, 선입견을 통해 실상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방미 전후의 언론의 시각을 보자. 방미전에는 노대통령의 반미를 그렇게 비판했다가 정작 회담하러 가서 노대통령이 덕담 몇마디 한 것을 가지고 ‘저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노’가 이유없이 싫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노에 대한 혐오감, 이게 오피니언 리더와 조선일보, 한나라당의 근저에 깔려 있는 본질이다.”

-그런 생각을 정치부장 하면서 적극적으로 지면에 반영하기는 어려웠나.
“신문사라는 조직 속의 톱니바퀴의 위치로는 이 생각을 구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다분히 보수적이고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는 국민일보의 방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나 역시 정치부장 재직 중에도 회사 방침에 거스르지 않으려고 했을 정도다.”

-또다른 직접적인 계기는 있었나.
“주변에서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이 서프라이즈를 키워보라는 제의를 수차례 했다. 자기들이 투자하겠다면서(이들은 현재 변호사, 의사, 기업체 사장들이다). 그래서 오래 생각하다가 결정을 한 것이다. 조만간 대표이사로 취임할 생각이며 서프라이즈를 법인으로 등록시킬 계획이다.”

-서프라이즈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동안 서프라이즈를 (내가) 만들어놓고 방치만 했다. 앞으로는 내 방식대로 책임을 치고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운영해갈 것이다. 서프라이즈를 통해 우리 사회 개혁의 방향이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사이트의 방향과 아젠다 설정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필자들과의 합의를 거쳐 정교하고 효율성 높게 운영해볼 계획이다.”

-서프라이즈의 역할이 좀 달라지나.
“기본적인 운영이나 방향은 달라질 게 없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논란을 정리하는데 논쟁의 장으로서 역할을 보다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개혁’의 이론적 토양의 기능을 했으면 한다.”

-수익 창출 방안은.
“3개월 정도 지나면 수익모델을 만들 것이고 그 뒤 광고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다.”

-회사 소유구조는.
“대표이사와 대주주는 내가 하겠지만, 서프라이즈는 기본적으로 독자와 필자가 주인인 회사다. 창간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이나 필자에게도 공동자산이라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지분을 공유하도록 할 생각이다.”

-서프라이즈 이외의 활동도 계획해둔 게 있나.
“서프라이즈 운영과 함께 프리랜서 정치전문기자를 해볼 생각이다. 내 시각과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모든 신문, 방송, 잡지, 주간지, 월간지, 인터넷 매체 등에 글을 쓸 것이다. 솔직히 정치분야에서 내 정도의 경험과 스킬을 가진 전문기자는 드물기 때문에 시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리고 라디오 21 공동대표도 할 예정이다.”

-휴가 열흘 간 뭘 할건가.
“한 일주일 정도 설악산에 다녀올 계획이다. 앞으로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운영할지, 구상해보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성찰할 것이다.”

서영석 부장은 서울 중앙고,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지난 84년 경향신문에 입사했다가 88년 국민일보로 옮겨 노조위원장(92년), 전국부 차장(97년), 정치부 차장(98년), 전국부장직대(2001년), 심의위원 등을 거쳤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