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영상콘텐츠산업의 진흥과 독립제작사의 방송진출 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외주정책에 대해 지상파방송사와 독립제작사 양쪽으로부터 실효성 없는 ‘무늬만 외주’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독립제작사의 이름만 달고 실제 대부분의 제작을 방송사가 맡는 편법이 판치는 등 외주프로그램 의무제작 비율 규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협찬조건 프로그램  발주도

올해 고시된 외주 프로그램의 의무제작비율 35%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들은 독립제작사의 제작역량을 초과하는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독립제작사들 중 외주제작 비율을 감당할 만한 방송장비나 전문인력 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주비율만 올리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방송사측은 제작비율에 맞추기 위해 각종 편법을 쓰기도 한다. 독립제작사의 회사 이름만 빌리고 제작은 모두 방송사가 하는 ‘위장 외주’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경우 독립제작사에는 명의 대여료만 지급한다. 독립제작사협회는 지난해 5월 자체 조사 결과, 대표적인 위장외주 사례로 MBC의 ‘자연은 살아있다’(엠비넷), SBS의 ‘대박가족’(드림미디어 ‘미소가 있는 TV’(I’M프로덕션) 등을 지목했다. 연예기획사에서 출연자만 제공한 ‘사이비 외주’의 사례로는 ‘장희빈’(이스타즈)을 꼽기도 했다.

MBC 편성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도 위장외주 관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최근 이런 관계를 모두 정리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장 외주 비율은 맞춰야 하는데 그렇다고 제작역량이 떨어지는 외주사에게 제작을 맡길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써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 편성관계자도 “과거에 ‘위장 외주’가 꽤 있었지만 최근에는 줄고 있다”며 “그러나 자회사와 특수관계사의 비율까지 제한외주 비율을 세밀하게 규정해 놓고 있기 때문에 ‘위장 외주’같은 편법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KBS의 한 PD도 “독립제작사의 이름만 빌리는 ‘페이퍼 컴퍼니’ 방식의 외주 프로그램 운영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채택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외주사의 제작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이런 편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법외주에 대해 명확한 기준과 제재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이 늘고 있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얘기이다.

이처럼 방송사들은 외주사의 제작역량 부족을 이유로 외주비율을 지키기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독립제작사의 의견은 다르다. 독립제작사의 역량 부족은 핑계일 뿐 문제의 핵심은 값싼 외주 제작비라는 지적이다. 

실제 방송사가 외주사에 지불하는 제작비는 방송사 총제작비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제작사협회 심재주 사무총장은 “외주사의 프로그램 제작능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제작비가 현실화되면 사정은 달라진다”며 “싼 값을 내면서 질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외주 프로그램을 소수의 독립제작사가 독점하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MBC의 한 PD는 “드라마의 경우 일부 대형 외주제작사가 인맥을 동원한 로비를 통해 프로그램을 따내는 사례가 많다”며 “이들 제작사는 시설이나 장비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프로그램의 질적 완성도 보다 수익성만을 고려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말했다.

KBS의 한 PD는 “외주사를 선정할 때 PD들도 당연히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데 대부분 외주사가 결정된 뒤 PD에게 통보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정과정에서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MBC의 한 PD는 “투명한 선정을 위해 일종의 프로그램 선정위원회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수 제작사  외주  프로그램  독점

외주프로 제작과정에서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협찬. 현재 독립제작사들의 열악한 제작환경을 감안해 법적으로 이들에게 협찬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주사들은 프로그램의 질 보다는 협찬유치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독립제작사 관계자들은 협찬을 방송사가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송사가 협찬을 따오라고 강요하고, 유치한 협찬금을 방송사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프로그램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협찬을 권고하긴 하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말한다.

프로그램의 저작권 소유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CD롬과 DVD롬 뿐 아니라 국내외 방영권 등 거의 모든 저작권을 방송사가 소유한다는 조항을 프로그램 제작계약서에 ‘권리의 양도’라는 항목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독립제작사 쪽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MBC 편성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 외주사는 일종의 하청업체이며 외주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나 기획, 제작 등 실제 제작은 모두 우리가 하고, 위험부담마저 지고 있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며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 좀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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