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합 논란으로 진통을 겪었던 MBC 미디어비평이 자사 보도까지 비판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개편 이후 내용이 더 충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 9일 내보낸 ‘이상호의 미디어 속으로’라는 새 코너에서 <서세원의 허리병에 묻힌 영화홍보비리>를 다뤘다. 앞서 지난달 30일 일간스포츠는 침대에 누워 귀국한 서세원씨의 근황을 ‘동정론’ 관점에서 집중 보도했었다.

미디어비평은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일간스포츠가 서씨가 허리 치료를 받은 곳으로 보도한 ‘세인트루이스’라는 병원은 없고 △서씨는 입원도 하지 않았으며 △쇼핑까지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서씨의 귀국을 동정론의 시각에서 관대하게 다룬 스포츠신문이 지난해 연예계 비리 수사와 뇌물 수수관행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보도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또 서씨가 영화 ‘조폭마누라’를 제작했을 당시 스포츠신문이 지면을 홍보성 기사로 채웠던 점을 꼬집기도 했다. 미디어비평팀은 이런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6일 이상호 기자를 미국으로 급파했다.

미디어비평은 자사인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도 가차없이 비판을 가했다. 지난달 22일 내보낸 ‘중국산 대구에서 납이 나왔다’는 보도는 담당 기자가 대구와 납을 구한 뒤 대구에서 납이 나오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지적하며 “MBC의 방송강령은 뉴스화면을 재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미디어비평 팀장은 자사에 불리한 이런 내용을 다루기까지 제작진은 적잖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 팀장은 “보도국에서 ‘이미 다 끝난 일인데  굳이 다시 끄집어낼 필요가 있냐’는 등 마땅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뉴스 화면도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알려주기 위해 보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진행자가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화면 연출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고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인상을 준 점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주변에서 ‘좀더 날카롭게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긴 했지만 우회적인 비평을 통해 함축적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시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방영된 미디어비평은 꼭지 수도 늘었을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현장취재 강화 △다양성 확보 △자사비판 △당사자 확인 등 함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 부장은 “개편 전에는 격주로 돌아가면서 제작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앞으로는 매주 전원을 가동할 수밖에 없어 일하기 힘들어졌다 “면서도 “하지만 계속 이런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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