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홍보업계 종사자들이 위기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언론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22일 배임혐의로 구속된 뒤 소유구조가 비슷한 대기업 홍보팀들은 대언론 위기관리시스템 정비를 위해 별도의 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한 분위기다. 대다수 기업들이 IMF를 거치면서 이미 한차례 위기관리 시스템을 정비했지만 최근 SK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강도 높은 홍보시스템 점검에 들어갔다.

한 대기업 홍보관계자는 “SK사태가 발생한 초기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이고 일관된 홍보전략을 구사했다면 회장 구속으로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게 홍보인들의 생각”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우리 회사도 지난달 여러 차례 대언론 위기관리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보 전문가들은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 상황에서는 언론 보도를 수동적으로 반박하는데 그쳐서는 안되며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아자동차의 홍보 관계자는 “숨기는데 급급하면 끌려간다”며 “시인할 것이나 책임질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인정하고 잘잘못에 대해 분명한 논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위해 △핵심매체를 대상으로 선택과 집중의 홍보를 펼치고 △불필요한 말보다는 솔직하게 설명하며 △내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사내 홍보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누가 홍보를 맡더라도 컴퓨터 클릭만 하면 위기상황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홍보매뉴얼을 새롭게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위기가 닥치면 말보다는 시스템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맥관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그룹 계열사 홍보관계자는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 만큼 언론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며 “기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술자리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언론 홍보는 어차피 기자와의 인간관계를 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매뉴얼을 아무리 세심하게 만들어도 사람이 바뀌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대언론 위기관리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삼성 구조조정본부는 △잘못된 루머가 떠돌 때 신속하게 파악한 뒤 이를 취재하는 기자와 데스크에 사실을 설명해 기사화하지 않도록 이해를 구하고 △이런 사태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각 계열사 홍보팀이 취재기자들과 접촉하며 회사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게 위기관리 대응의 요체라고 밝혔다.

구조본 고위관계자는 “부정이나 비리, 부도덕성 등 회사의 근본적인 잘못은 아무리 홍보해도 막을 수 없다”며 “다만 부정확한 루머가 일단 기사화되면 정정하려해도 이미 때가 늦기 때문에 기사화되기 전에 미리 대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SK사태를 한발 앞서 보도함으로써 수사의 기폭제 역할을 한 매체들은 이데일리나 YTN이었다”며 “앞으로는 인터넷신문, 케이블방송에 대한 모니터와 스크린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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