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통업체가 최근 출입기자들을 대거 데리고 유럽 해외취재를 다녀와 기자와 취재원 관계 정상화라는 언론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지난달 7∼13일간 5박6일 일정으로 유럽 선진국의 할인매장 등 현지의 유통업계 실태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유통담당기자들을 데리고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이번 행사는 영국 런던, 헝가리 부다페스트,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이 행사에는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문화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내외경제 제일경제 파이낸셜뉴스 MBC SBS YTN MBN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스포츠투데이 굿데이 등 18명의 기자들과 삼성테스코 관계자 2명이 참가했다.

테스코측은 당초 27명의 유통담당기자들 모두에게 참가요구를 제의했으나 당시 미-이라크전 취재 등 각사 사정이 반영돼 18명만 참가했다. 이들은 영국으로 출발할 때 비즈니스석을 타는 등 기자 한명당 5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기자들이 유럽의 유통현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테스코를 알리고 기자들에게도 동유럽의 견문을 넓혀주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행사”라며 “최소비용으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영국의 본사와 사전에 협의한 뒤 추진한 행사로 관광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서는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측이 지원하는 대규모 해외출장에 출입기자들이 대거 참가해 최근의 언론계 흐름을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MBC는 기자들이 (해당기업에 대한) ‘부채의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업이 지원하는 해외연수를 가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일부 정부부처 출입기자들은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해 연례적으로 다녀왔던 해외취재를 잇따라 취소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기자외유나 해외세미나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행사에 참가했던 A언론사 출입기자는 “장소가 유럽이다 보니 호화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일정이 빡빡했고, 기자로서 개인적으로도 선진국의 다양한 유통업계를 돌아볼 수 있어 유익한 경험이었다”며 “해외취재 관행이라는 언론환경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고, 기자도 그에 걸맞게 취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겠지만 이번 출장은 호화외유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B언론사 기자는 “외부의 시선과 새 정부출범 뒤 분위기를 감안해 본 행사에 충실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업체의 지원을 받아서 간다는 기본적 원죄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C언론사 기자는 “과거처럼 술을 많이 마시는 외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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