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교부 출입기자들이 미묘한 시기에 이해관계의 한 당사자인 토지공사에서 제공하는 해외취재 프로그램에 대거 참가해 언론계 안팎의 ´눈총´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316호 3면).

평소에 기자들이 해외에 다녀올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제쳐두고라도 ´영국·프랑스, 일본·호주´의 선진국 도시문물을 직접 접하기도 하면서 취재한다는 것 자체가 기자들에겐 하나의 매력일 수 있다.

게다가 모든 비용을 주관사가 부담해 기자들은 자신의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기자라고 업체 지원받아서 해외출장 가지 말란 법 있냐"고 항변하는 기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였다. 그리고 행사를 주관하는 업체의 성격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토지공사가 ´스폰서´ 역할을 했다. 토지공사는 현재 주택공사와의 통합방침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기관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그렇게 언론들이 비판의 화살을 쏘았던 분당·백궁지구 문제의 대상 기관이었다.

무엇보다 11조2000여 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고심하고 있는 대표적인 부실 공기업 중 하나다. 물론 이번 프로그램은 판교신도시 개발에 즈음해 해외신도시 개발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사전에 탐방하는 취지로 기획된 것으로 위와 같은 토지공사 자체의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기자들이 토지공사의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 업체들이 마련한 해외취재 프로그램에 자주 참석해본 기자들은 "해당기업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혹시나 민감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당사자가 아닌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나서 참가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건교부 기자들은 이같은 오해의 소지에 대해 나름대로 검토는 거쳤다고 한다. 이번에 참가한 기자들은 "분명히 오해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토공 편을 드는 건 아니다" "이미 6월부터 계획됐다가 국감 등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늦어진 것이지 토공이 꼭 기자들에게 로비하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현지에 가서 놀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취재 내용도 매우 유익했다"(하지만 일부 기자들의 경우 항공사로부터 ´업그레이드´ 혜택까지 받았다)라고 항변했다.

기자들의 이같은 ´충분한´ 설명에도 뭔가 꺼림직한 구석이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정말 부담없이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민감한 상황에서 이해관계의 당사자가 제공하는 해외취재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민한 끝에 해외취재 결정을 내렸다는 건교부 기자들의 이유있는 항변이 이 기자의 한마디보다 그다지 설득력을 갖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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