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담당 기자들이 게임업체의 지원을 받아 대거 지난달 중순 국제게임쇼 E3에 참가했다. 그 규모는 대략 30여명 정도. 4박5일 내지 5박6일 동안 항공료·숙박비·식사비·관광비·술값 등 업체가 이들 기자들을 위해 부담한 액수는 어림잡아 250여만원에서 400여만원에 달한다.

일부 기업들은 최소 1명에서 최대 6명까지 기자들을 데려갔다. 이같은 규모는 매년 일정에 잡혀 있는 국제게임쇼에 데려간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시 말해 업체들로선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스타크래프트·리니지 등 일부 대박이 터진 게임 붐을 타고 몇 군데 기업이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 게임관련 기업들은 벤처 수준이어서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염출한다는 것이 그리 수월치 않은 처지다. 이번 E3쇼도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영세한 규모의 업체 29개를 지원해 성사된 케이스. 더구나 영세업체뿐만 아니라 ´단독´부스로 개별 참가한 대형업체들도 기자들을 위해 1∼2천만원 가량의 비용을 댄 것은 부담스러웠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번에 참가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자본금 규모도 얼마 되지 않는 곳에서 최소 1000만원이 넘는 돈을 한꺼번에 들이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기자들은 실제로 E3 자체에 대해서나 관심을 가졌을 뿐, 개별업체의 홍보효과는 크게 없는 편이어서 비용에 대한 부담은 더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이번 행사를 전후해 불참기자들의 항의도 이어져 업체들은 더욱 부담이 가중됐다. 항의의 내용은 "왜 우리만 빼느냐" "왜 전문지 스포츠지 기자들만 챙기느냐"는 것. 항의를 받은 업체 관계자들은 가기 전부터 다녀온 뒤까지 이 때문에 시달려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두고 한 업체 관계자는 "전문지 스포츠지는 지면을 할애해 기사를 많이 다뤄 게임업계의 성장에 힘을 실어줬으나 상대적으로 종합지는 기사의 양적인 측면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참가기자들에 대한 선정도 그동안 업체와 언론사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참가한 한 기자는 "정부부처에서 순번을 정해 체계적으로 기자단에 제공하는 해외출장 건과는 달리 업체들이 주로 친숙한 기자 위주로 동행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같은 잡음이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같은 외유성 출장은 자사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는 데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 기자는 "비록 신문사가 자체로 출장비 등을 부담하긴 어려워도 이같은 관행은 원칙적으로 언론사나 기자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기자는 "솔직히 게임관련 기사를 쓰더라도 홍보성 기사만 써온 게 현실"이라며 "국내게임이 외국기업의 것을 판박이처럼 똑같이 제작한다던가 하는 국내 게임산업의 장기발전을 위한 문제를 지적하지 못한 건 업체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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