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겨레의 정체성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월간 말지는 1월호에서 김성구 교수(한신대 경제학)의 <신자유주의로 ´우향우´한 한겨레>를 게재했다. 김교수는 이 글에서 한겨레가 "시민운동은 과도하게 보도하고 민중운동에 대해서는 인색했다"며 특히 "시민들의 조직적 대표도 아닌 시민단체들의 몇십 명, 몇백 명이 벌이는 이 운동은 총선기간 내내 대문짝 만하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조리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김교수는 이 운동의 성과를 "새로 구성된 국회의 파행운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자와 농민들의 집회와 시위 그리고 그들의 요구는 한겨레 지면에서 소외되고 심지어 묵살되곤 했다는 김교수의 지적이다. 김교수는 "지난 해 4월 1일과 6월 10일 열린 두 번의 민중대회를 한겨레는 보도하지 않거나 아주 작게 처리했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 해 10월 초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연대집회도 보도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노동조합이 한겨레의 편집국에 가서 정식으로 항의를 했지만 한 편집책임자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므로 노조의 주장을 담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겨레도 편향돼 있긴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라는 식의 지적이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견도 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한겨레가 스스로 뉴스밸류를 판단해 편집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결코 한겨레가 노조를 배제하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기자는 "기사를 크게 쓰고 적게 쓰고"보다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견의 대표주자로 나선 이는 전북대 강준만 교수(언론학). 한겨레에 이달 초부터 언론비평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강준만 교수는 지난 15일 한겨레 미디어면 <한겨레 우향우 > 칼럼에서 한겨레의 정체성에 대한 이같은 비판이 대단히 미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교수 주장의 골자는 "한겨레의 행태와 관련하여 방법론상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을 ´변절´이라거나 ´음모´의 차원에서 보는 조급한 격정을 자제하고 좀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자세로 한겨레에 대한 논의에 임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교수는 "그간 노동계는 내부적으로 단 한번이라도 비교적 노동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신문을 상종하지 않는 정도의 최소한의 운동 아니 계몽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되물으면서 "제발 신문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강교수는 "노동자들이 극우신문을 많이 보는 한 그 어떤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식인들도 강연 다닐 때 극우신문 그만 보라는 말 좀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의 정체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의 귀결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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