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지난 7일 새로 발령난 박금성 서울경찰청장의 학력허위기재 관련 취재에 가장 먼저 돌입했으면서도 정작 9일자 초판에서는 가장 작게 보도했다. 물론 다른 신문들이 기사를 키우자 배달판에서 기사를 키웠지만 이에 대한 일선 기자들의 항의의 목소리는 높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에 따르면 취재에 착수한 계기는 중앙일보의 정정보도. 경찰인사 발표 뒷날 들리는 소문들이 있어 주목하고 있던 차에 8일자 중앙일보 2면에 박금성 경찰청장의 출신고가 목포고가 아니라 목포해양고라고 ´바로잡습니다´를 내보낸 것에서 착안했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일보의 경찰청 출입기자는 가장 먼저 취재에 착수했고 그 뒤 세계일보, 중앙일보 기자들이 따라붙어 이들 3명이 주도적으로 취재를 이끌어갔다. 그러다 8일 오후 2시 경 관련사실에 대해 경찰청 인사과장이 해명하러 내려와 모든 기자들에게 알려지게 됐다는 것.

이처럼 가장 먼저 취재에 착수해 상당한 내용을 확인했으면서도 기사를 작게 취급해 버린 것. 한국일보의 사회부 기자들은 박금성 청장의 학력허위기재 기사가 초판에 1단으로 처리되자 2단으로 키울 것을 요구했으나 신상석 편집국장은 이를 거부하다가 이날 밤 국회 예결특위에서 최인기 장관의 ´책임을 지우겠다´는 발언이 나온 뒤에야 기사를 제 크기대로 키웠다.

후에 열린 편집국 평의회에서 기자들이 "기사가 최소한 2단은 되는 것이 아니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등 항의를 하자 신국장은 "내 착오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만을 했다. 한 기자는 "약속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만이 가득차 있지만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어가고 만 것에 대해 씁쓸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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