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감동적인 만남과 역사적인 성과를 남긴 채 끝났다.

특히 지난 15일 남북정상이 함께 서명한 합의문은 아무도 쉬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인 것이었다. 오랫동안 우리정부가 제시해온 ´이산가족´ 문제는 제쳐 두고라도 통일방안에 대한 양 정상의 의견 접근은 아무리 배테랑이라 자부해온 국내외 언론인들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보수를 지향해온 언론이 그동안 남북관계에 대해 보여온 인식과 논조가 상당부분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간 우리 언론은 적어도 남북관계에서만큼은 냉전사고를 결코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자신들의 정통적 시각인 양 수구논객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감을 내보이기까지 했다. 냉전 수구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철저히 상업주의를 표방해온 것도 안팎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냉전 수구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다만 ´역사적´이라 할 만한 이번 정상회담의 성사를 앞두고 이전과 같은 극단적인 보도만은 자제해왔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한 기자는 "냉전사고를 밑천으로 성장해온 언론들이 쉬 자신의 인식 틀을 바꾸긴 힘들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정상회담의 결과, 특별한 게 없다거나 조금이라도 냉전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등의 허점이 보이기만 하면 딴죽을 걸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다행히 뜻하지 않은 남북공동선언 합의문 서명이라는 성과가 도출되는 바람에 언론들은 칼날세우기에 주저하고 있다. 한 예로 15일자 사회면에는 <거침없는 말투 ´김정일 충격´ >(조선), <마치 스타탄생? ´김정일 쇼크´ >(한국)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혼란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한 기자는 "적어도 언론의 북한관 만큼은 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면서 "이것은 시대적 대세이나 분명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언론에 의해 세뇌당한 국민들의 냉전사고를 제자리에 찾아놓을 수 있도록 강도높게 문제제기 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조금씩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정통 보수언론이라 자부하는 조선일보는 정상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16일 사설에서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들어 있던 상호불가침 또는 무력포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당연히 공동선언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과연 반세기 온 겨레의 숙원인 민족통일이라는 과제가 언론의 거듭남으로 인해 한발 더 앞당겨질 수 있을지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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