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는 각 언론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통신사다. 통신사들이 기사를 제공하는 대가로 언론사들로부터 사용료를 받는다. 그러면 이런 통신사가 제공한 기사는 언론사가 가공해 기사로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원래 통신사의 기능이자 언론사가 통신기사를 활용하는 표준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 통신사의 기능은 그렇게 상식적이지 못하다. 국내 유일의 통신사인 연합뉴스의 기자들은 한결같이 "신문이나 방송에 기사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지만 제공된 기사는 전적으로 언론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국제뉴스국에서 생산하는 기사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받아 심도 깊은 보충취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지면에 싣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대로 베껴서 내보내는 기사마저도 당사의 특파원이나 내근 국제부 기자들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데 있다. 심지어 연합 국제뉴스부의 기자가 영문번역을 하다가 막혀 상상력으로 기사를 보충해 썼을 때에도 언론사들은 전혀 고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내기도 한다.


기사도용과 연합통신의 미래

이럴 땐 맨 처음 기사를 출고한 연합기자들에게 문의해 기사를 바로잡거나 보충취재를 해야 함에도 언론사들은 전혀 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있다. 계약에 따르면 이런 류의 기사는 ´*=연합´ ´*/연합´ 등의 바이라인을 명시해주도록 돼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한국언론의 통신기사 도용에 대한 인식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사들이 이런 행태에 대해 그다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미 돈까지 주고 기사를 샀으면 다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너무나 많은 언론사가 너무나 많은 기사를 이처럼 베껴 쓰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98년 연합은 매체혁신위원회를 한시적으로 가동 운영해 ´기사도용과 연합통신의 미래´라는 기사도용 사례 분석자료를 낸 적도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내부용´으로 그치고 말았고 현재는 당시 강력한 의지를 지니고 있던 매체혁신 위원들도 겨우 한탄만 하고 있을 뿐이다.

언론사로서도 물론 어려운 점이 없는 게 아니다. 국제뉴스 같은 경우 특파원과 국제부 기자들이 매우 부족해 실제로 취재해서 기사를 작성하기가 불가능한 형편. 연합뉴스의 국제뉴스부의 한 기자는 "국내 언론의 풍토와 인식부터가 잘못이고 이는 양심의 문제"라며 "언론들이 다른 매체, 출판, 논문 등의 작품을 표절시비가 있을 때마다 줄기차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기사는 타 언론사나 통신기사를 마음대로 인용하고 그 출처도 밝히지 않는 것은 위선"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기자는 "물론 언론사들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나 노력조차 하지 않는 건 문제"라며 "만약 이 문제가 결국 해소되지 않는 방향으로 지속된다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과연 연합뉴스의 ´기사주권´이 한국언론 시장에서 구현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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