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습기자 체험기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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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자 서장과 기자실의 관계´ 캐기

흔히들 신문의 주된 역할 중 하나로 ´사회감시´나 ´비판´을 든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을 감시한다´는 점에서 그 비판정신은 어느 언론보다 강하다. 적어도 미디어오늘에 입사하기 전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3주 가량 그야말로 ´기자´로서의 뿌듯함을 느끼며 생활하는 동안만큼 그 비판정신에 투철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막상 ´비판적인´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에 나서고 취재원을 만나다보니 그게 그리 쉽지 않음을 절감했다. 일주일 전쯤 일이다. ´김강자 종암 경찰서장과 기자실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후 수습기자로서 "하나 잡았다"는 벅찬 설레임으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 시경찰청과 종로 기자실, 종암 경찰서까지 돌아다니며 ´한건´을 건지려 무진 애를 쓴 셈이다.

그런데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기사의 가장 큰 핵심인 ´팩트´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무슨 일이 있었나?""언제부터였나?"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얻어야 했음에도 어떤 취재원도 작은 단서하나 주지 않았다.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은 결과라고는 ´김강자 서장님´이 개인적인 성품까지는 그리 훌륭하지 못하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김강자 서장은 다짜고짜 자신의 성과에 대한 자랑만 늘어놓으려 했고 기자들과 ´무슨 일´이 있었냐는 아주 사소한(사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질문에도 마치 자신을 음해하려는 줄 알고 과민반응을 보였다.


´조금만 더 끈질기게 붙었더라면´

"당신이 훌륭한 기자가 되려면 사회에 이익이 되는 사람이 되라, 바르게 기자 생활하라"는 등 소모적이고 거북살스런 말만을 늘어놓는 거였다. 게다가 종암 경찰서 서장실을 나오면서 서장님은 나에게 "우리 악연으로 남지 말자"는 은근한 협박성 선물(?)만을 받고 고개 숙인 채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마감 하루 전이라 기사채택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해야 했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지만´ 노력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위와 같은 성과물(?)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어려운 취재라는 걸 주위 선배와 선배기자 취재원들에게 익히 들어 나 자신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얻은 ´멋진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점에서 내 취재 방법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신중하게 접근했더라면, 조금만 더 끈질기게 붙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은 그 건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남을 비판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깨닫게 된 소중한 경험이라고 자위해버리긴 했지만 이후의 취재와 기사작성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었다.


유능한 기자가 된다는 것

그런 영향은 이번 주 기사 중 어느 방송사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기사를 쓰면서 나타났다. 이번엔 아예 비판적인 의도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조심에 조심, 신중에 신중´으로 다가서다 보니 취재원의 얘기에 그냥 빠져드는 거였다. 프로그램의 역할, 특징, 의미를 나름대로 자신있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취재원을 보니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마치 잘 지내보자는 듯한 내 나이 또래의 제작 PD가 복사된 테이프를 건네주면서 방긋 웃는 모습이 떠올라 기사를 쓰면서도 계속 찜찜했다. 물론 애초 목적대로 기사는 나갔다.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는 아니었고 여러 의견을 들어 우려와 논란을 제기하는 수준으로 마무리지었지만 나 자신의 확고한 원칙과 판단력 없이 취재와 기사작성에 임한 것이 아직까지도 후회스럽다. 차라리 당당했을 것을....

아직은 이래저래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다. 기획력, 취재력, 기사작성 능력을 잘 갖추어야 유능한 기자라는 어느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능력을 받아들일 만한 나 자신의 굳은 의지와 자세가 절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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