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더군요. 우리는 우리를 거울로 삼아 이라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라크에 간 것인데 언론은 우리의 근황과 신변에만 관심을 집중했습니다.”

민언련 등이 7일 주최한 <‘이라크 침공’ 관련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허혜경(사진) 이라크 반전평화팀 활동가는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모습이었다.

반전평화팀 2진으로 2월 16일 출국,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활동하다 지난달 12일 귀국한 바 있는 허씨를 토론회장인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만나 의견을 들었다.

- 이라크 현지 활동을 하며 외신기자들도 많이 봤을텐데.
“외신들도 문제가 많았다. 바그다드에 있을 때 CNN 기자가 ‘바그다드에 전운이 감돌면서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산하다’고 보도했는데, 일상을 유지하던 현지 모습과는 완전 배치된 것이었다. 그래서 기자들이 있는 공보실에 찾아가 항의를 한 적 있다. CNN은 세계 각지에서 온 반전활동가들의 비판 대상이 돼 반대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라크 국민들이 전쟁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해 항의한 적이 있다.”

- 국내 언론은 어땠는가.
“언론은 우리에게서 ‘드라마’를 찾는 것 같았다. 이라크로 떠난 한 활동가의 어머니는 오히려 의연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기자들이 집에 진을 치고서 슬퍼하는 모습을 잡기 위해 이라크 참상사진을 보여주는 일도 있었다. 한 활동가 약혼자도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또 한 TV는 ‘배상현씨가 피격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오보를 내 우리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 언론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전쟁 발발 전에도 이라크에서 한국 기자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중국 기자는 20명도 넘었다. 한국에서 보면 요르단이나 쿠웨이트도 접경지역이라 정보가 많을 것 같지만, 이라크 사정을 모르기는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더 문제인 것은 관점이다. 강자와 공격자의 관점을 갖고 있다면 많은 기자를 투입한다고 해서 좋은 보도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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