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가 가판구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가판배달업자들과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들은 각각 대응방안을 모색하느라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3일 저녁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만난 가판배달업자 조민천 씨는 “취임식 뒤 가판을 구독하고 있던 정부와 유관단체에서 물밀 듯이 구독중지가 쇄도해 이날 현재 70~80%가량 배달물량이 감소했다”며 “전체 매출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와 유관단체가 구독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에 따라 벌써 일부 배달원들을 줄이기도 했다.

조씨는 “아직 기업체에서는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곳은 없는 상태”라며 “기업체가 계속 구독을 하게 되면 사업을 계속하겠지만 기업들마저 구독중단에 들어가면 사업 포기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동아일보 사옥 앞에 나와 분주히 가판신문을 체크하고 있던 기업체 홍보실 관계자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정부의 가판신문 구독방침을 반기면서도 현실 여건상 가판신문을 계속 구독할 수 밖에 없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한 의료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가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도 “정부가 구독을 중지한다고 해서 기업체까지 따라갈 필요가 있겠냐”며 “만에 하나 회사와 관련한 잘못된 기사가 나왔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판구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자동차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가판은 잘못된 기사를 수정하거나 회사 고위간부들이 싫어할 기사를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빼려는 데 가장 큰 용도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자를 설득하기 위한 부대비용(접대나 향응 등)이 들어가는 데다, 매일 가판 점검을 위해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회사에 불리한 기사는 판매나 매출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정부가 가판구독을 금지해도 기업체 홍보관계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판신문을) 찾아서라도 볼 것”이라며 “중앙일보처럼 언론사 스스로 발행을 중단해야 가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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