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판구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이미 2001년 10월 가판(초판) 발행을 폐지한 중앙일보는 이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정부의 가판구독중단 방침에 따라 가판신문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경쟁 신문사와 가판의 주요 수요자인 기업체 홍보실의 움직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가판은 선진언론을 추구하는 중앙일보의 방침과 어긋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발행중단 결정을 내렸는데 가판 폐지 뒤 제작 전반에 걸쳐 적잖은 개선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홍석현 회장도 최근 열린 내부회의에서 ‘당시 가판폐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잘한 결정이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가판폐지 뒤 취재와 제작시스템에 여유가 많아졌다는 게 중앙일보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판 폐지 전에는 오전 지면 제작회의가 10시30분에 열렸으나 폐지 뒤엔 10시50분으로 늦춰졌다”며 “기자들의 오후 기사 마감시간은 미주판 제작으로 인해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미주판은 필름형태로 보내는 데다 본지 지면의 일부만 발췌해서 제작하기 때문에 그다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보를 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내부평가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앙일보의 초판(지방판․40판)은 밤 10시30분에 발행된다. 가판폐지 이전에는 모든 데스크가 오전회의에 참석해 1면 기사와 면별 주요기사를 결정했지만 폐지 뒤엔 관련 부장들이 1면 기사만 논의하는 체제로 바뀌어 데스크들이 회의 부담에서 벗어나 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에 좀더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가판 폐지가 경영개선 효과도 가져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당초 6000부~1만 부가량 발행했던 가판 제작비용은 경영상 순적자 요인이 돼 이를 총액으로 따지면 만만찮은 부담이 됐다”며 “이런 경영 개선 효과에 비해 광고실적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부들의 근무강도는 늘어났다. 회사측은 “초판 인쇄시간이 늦춰지면서 기자들의 근무강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 근무시간이 늘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가판회의가 없어진 대신 밤 10시30분 회의가 신설돼 이 회의에 참석하는 차장급 이상 간부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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