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16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언론사 대표들이 인파에 밀려 일부는 좌석도 없이 서서 관람하는 등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곤욕을 치렀다. 한 언론사 사장은 “이날 문화관광부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차량통제에 막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배정된 구역(2-C)에 가보니 이미 앉을 자리도 없었고, 지정된 좌석도 없어 2시간 여 동안 서서 구경하다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귀빈(VIP) 예우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앉을 자리가 부족하다면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매끄럽지 못한 행사진행에 불만으로 토로했다. 다른 언론사 사장은 “개인 승용차를 이용해 도착시간에 맞춰 참석했지만 언론사 대표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행사 내내 서서 관람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력 일간지 사장들은 겨우 자리를 얻었지만 대통령의 취임사가 끝나자 서둘러 식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한국일보 신상석 사장, 대한매일 유승삼 사장 등 중앙일간지 와 방송사, 경제지, 지방지 사장들이 참석한 반면, 동아일보 김학준 사장과 한겨레 최학래 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행사 초청을 주관한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신문·방송협회장을 제외한 언론사 대표들의 좌석은 모든 참석자들과 동일하게 선착순으로 앉게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이는 권위적인 의전방식을 탈피하고 국민과 함께 한다는 원칙과 상징성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내린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거 취임식의 경우 언론사 대표들에게는 10∼15일 전에 초청장을 보내고 당일에는 좌석도 지정해주는 등 특별 예우를 했으나 이번에는 일반 참석자와 동등하게 대우했다는 것.

결과적으로 언론사 대표들에 대한 예우는 VIP에서 일반 참석자 수준으로 격하된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언론사 사장은 “행사 주최측의 진행 미숙 탓도 있겠지만 새 정부 들어서 언론사 대표의 위상도 낮아졌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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