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보라인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 10일 언론계 안팎에선 한결같이 의표를 찔린 듯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이해성 홍보수석과 송경희 대변인 내정자의 인선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인선에 대해 인수위측은 ‘언론에 신세를 지거나, 앞으로 신세를 질 일이 없는 인사’를 발탁하는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고 있다.

노무현 당선자도 “언론이나 정당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인사는 배제하라”는 원칙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참신한 인물을 선호하는 당선자의 스타일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계 주변에선 이미 홍보수석 인선이 진통과 난산을 거듭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당초 홍보수석에 3명 가량의 인사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모두 고사했다는 소문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B신문사 인수위 출입기자는 “이번에 내정된 인사들은 인수위는 물론 언론사 정보망 어디에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언론사가 물을 먹은 셈이고, 그래서 ‘파격 인사’라는 단어가 피부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두 내정자 인사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가시돋친 평가를 내리고 있다. C신문사 인수위 출입 기자는 “대통령과 정부의 ‘입’ 노릇을 해야할 홍보수석과 대변인이 사전에 서로 말을 맞춘 듯 대통령과 별다른 교감이 없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과연 두 사람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국민과 언론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아직도 상당수 기자들이 두 사람의 발탁배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출입하는 한 신문사 기자는 “방송출신들만 등용한 결과 신문을 홀대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노당선자가 언론문제를 너무 가볍게 보다 ‘DJ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공보업무 자체의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대체로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지만 대변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실이 개방형 브리핑제로 바뀔 경우 대변인의 순발력과 대응능력의 중요성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지금까지 청와대의 입장 전달은 언론 공표 이전에 한차례 걸러지는 과정을 거쳤지만 개방형 브리핑제를 도입하면 이러한 부분이 생략되기 때문에 대변인은 뛰어난 정치감각과 함께 대통령의 의중을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송 내정자가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신문사의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새 정부는 내년 총선 전까지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일부에서는 송 내정자와 이지현 전 SBS기자의 외신대변인 발탁을 두고 ‘노당선자가 겉모습에 너무 치중한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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