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국장들은 우선 본사의 무리한 확장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서울지역 동아일보의 한 지국장은 신문시장의 혼탁을 가져온 가장 큰 요인으로 본사에서 지국에 분기별로 목표부수를 하달해 불가피하게 자전거 등 고가 경품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는 구조를 꼽았다. 그는 “목표부수를 채우지 못하면 본사 직원이 지대로 입금해야 하는 부수를 임의로 올리는 일이 빚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본사가 요구하는 부수를 채우면서 수지를 맞추지 못해 지국운영을 그만둔 중앙일보의 한 지국장도 같은 요인을 꼽았다. 이 지국장은 본사에서 심지어 ‘확장지를 주겠다’며 부수확장을 충동질하는 한편, 부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쫓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부수를 올리지 못하면 지대를 더 올려 받겠다고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일어난다.

법·제도를 통한 정상화와 관련, 지국장들은 단호한 법 적용과 함께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동대문지국 보급소장은 “신문고시를 규정대로 적용하기만 하면 문제될 게 없다. 동아일보 등 거대 신문사들이 경품사용으로 위약금 부과받은 것을 징수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동아일보의 다른 지국장은 “신문협회에 규제를 맡기면 안된다. 어차피 납부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 때문에 위약금 부과는 소용이 없다”며 “부당 경품을 사용한 지국장에게 지국 운영권을 박탈하는 강력한 제재가 아니면 새 정부가 아무리 적극 추진한다 해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 이훈우(한겨레) 판매협의회장도 “자율규제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공정위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소비자 보호단체 등이 과감히 나서서 언제라도 독자가 원치 않으면 신문을 끊을 수 있도록 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중앙일보 고객서비스본부 관계자는 “신문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조중동이 발행인부터 나서서 판촉물 사용을 자제하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공정위가 개입하는 것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경품사용에 대해 형사처벌하면 금방 해결될 수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신문협회 자율규제를 주관하는 신문공정경쟁위원회도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자율규제를 유지하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전만길 신문공정경쟁위원장은 “현재 신문공정경쟁위원회는 구조와 인력 면에서 명예직 수준”이라면서 “신문사 스스로 만든 규약을 지키지 않고, 시정조치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일부 사의 경우 의도적으로 위반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아무런 효과 없이 신문공정경쟁위원회가 위반사의 방탄막이 되는 격이라면 존재할 의미를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위원장으로 선임된 이래 정해진 원칙에 따라 역할을 수행했다”는 그는 “그러다 자전거 판촉 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신문사 스스로의 자율에 맡겨서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강하게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 정혜진 부장은 “지금은 후속조치가 유명무실한 신문협회에 신고하거나 시민단체에 접수하는 게 고작”이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단체의 감시활동, 그에 따른 정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연계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팎의 거센 압력을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직접 규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거듭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협회와의 양해각서 체결에 대해서도 굳이 양해각서 없이도 신문고시 적용은 법적 하자가 없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 적용 뒤 제기될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의 저항을 의식해 제반절차를 밟아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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