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탈세혐의로 구속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조희준 넥스트미디어그룹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원이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해야 할 언론계 인사에 대해 지나친 배려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김병관 전 동아 명예회장, 방상훈 조선 사장, 장재근 전 한국 부회장도 형평성 차원에서 형량이 낮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박해성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탈세와 국민일보 자금 횡령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조희준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벌금 50억원, 사회봉사명령 240시간을 선고했다. 이로써 조 명예회장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형을 면하는 대신 20억원의 벌금을 더 물게 됐다. 재판부는 또 국민일보 법인에 대해 1심보다 3억원이 늘어난 8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세포탈을 주도하는 등 죄질이 나쁘지만 탈세액를 모두 납부했고 횡령액도 변제했으며 전과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며 “경제범죄인 만큼 경제적인 책임을 물어 벌금액을 높인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이 난 뒤 기자들은 ‘언론에 대한 눈치보기·봐주기 판결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법원 출입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 다른 언론사주들도 벌금을 올려받고 집행유예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며 “언론사여서 법원이 적잖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는 “보석으로 풀려날 때부터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지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언론사 사주들에게 보다 엄격하게 법적용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한계”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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