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강하게 비판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면서 사용자측인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협찬금을 지원 받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에 손상을 입은 매일경제가 이번에는 현직 편집국 간부가 사실상 광고게재를 강요하는 이메일을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져 총체적인 도덕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매일경제는 김종현 전 금융부장이 지난 3일과 5일, 6일 모두 4차례에 걸쳐 시중은행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의 내용이 은행권은 물론 언론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 9일 전격적으로 김 전 부장을 보직해임한 뒤 관리국으로 대기발령하고, 올해 초 ‘윤태식 게이트’(패스21 사건) 때부터 문제가 있어왔던 금융부를 경제부로 흡수 통합했다.

이에 앞서 김 전 금융부장은 3일 10여개 시중은행 관계자 24명에게 “최근 매일경제를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차별 대우하는 게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차별적 대우를 하거나 합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을 경우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괄적으로 보낸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시중은행의 공보관계자는 “김 전 부장이 이같은 이메일을 보낸 것은 최근 서울은행과 통합한 하나은행이 합병기념 광고를 게재하는 과정에서 종합지는 2개면, 경제지는 1개면에 해당하는 광고를 실은 데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며 “실제로 매일경제는 곧바로 4일자 6면에 <하나은 재무구조취약>이라는 보복성 짙은 비판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금융부장은 이러한 내용의 이메일이 은행권의 공분을 사면서 외부로 급속히 알려지게 되자 또다시 “지난번 제가 메일 보낸 것을 잘못 해석해 저를 음해하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저는 그곳이 어느 곳인지 알고 있다. 즉각 바로 잡아 달라”(5일 두 번째 메일), “…특히 몇몇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반드시 바로 잡아 달라. 이를 확인할 것이다”(5일 세 번째 메일) 등의 이메일을 재차 발송하기도 했다.

매일경제는 이번 이메일 파동과 관련해 관련자의 보직해임과 부서폐지 등으로 ‘초강경’ 조처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초 패스21 사건 당시에도 관련자들에 대해 편집국 대기발령을 낸 적은 있지만 이처럼 다른 부서로 대기발령을 낸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계는 물론 일부 내부 구성원들은 더 이상 ‘사후 약방문’이 내려지지 않도록 정식으로 윤리위원회를 가동해 총체적으로 도덕성을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사건 이후 노조측이 긴급 노사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지만 회사측은 대선 이후 연말께 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회사측이 초강경 조처를 내렸다는 설명과는 달리 사태원인을 김 전 부장 개인의 성향 등으로 치부하는 안일한 자세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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