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판매시장의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과당경쟁 지양을 위해 무가지를 과감하게 줄이자고 발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홍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신문협회 이사회가 끝난 뒤 가진 오찬자리에서 “무가지를 절감한 돈을 신문의 질을 높이는데 돌리면 얼마나 좋겠는갚라며 “우리가 추산해 봤을 때 10만부를 줄이면 한해 70억원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신문협회 임원은 “홍회장이 ‘메이저 신문사의 유료부수와 발행부수의 차이가 몇십만부씩 난다. 또 신문사들이 경품을 제공하면서 불공정경쟁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로 출혈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를 근절해야 한다. 무가지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면서 ‘과당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무가지 몇십만부는 줄여야 한다. 경품제공과 신문용지 모든 비용이 큰 신문사라 해도 부담스럽다. 이런 차원에서 무가지를 줄이면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신문협회 임원도 홍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신문시장 정상화와 질적 발전의 측면에서 봤을 때 매우 뜻깊은 얘기”라며 “파격적인 주장에 상당히 놀랐다”고 평했다.

그는 “홍회장이 ‘이번 ABC협회의 부수공사 결과에서 보듯 무료부수가 유료부수의 20%를 넘고 있다. 이는 큰 신문사들이 지나치게 많은 무료부수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자 자원낭비’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면서 “또 ‘1년 동안 매일 10만부를 줄이면 7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우리 신문사의 경우 30만부를 줄이면 210억원이 절감되는 것인데 이를 신문 퀄리티를 높이는데 투자하면 얼마나 좋겠는갗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홍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무차별적 물량경쟁으로 치닫는 신문판매시장의 문제를 메이저 신문사 사주가 직접 지적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97년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 경영부담을 줄이고자 각각 10만부 이상 발행부수를 줄였으며, 당시 중앙일보의 경우 조선일보측에 20만부를 공동 감부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 당시 신문사 판매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일 10만부를 줄일 경우 월 4억5000만원, 연간 5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본지 제118호 2면 참조).

한국ABC협회가 인증한 2001년 메이저3사의 발행부수는 조선일보 242여만부, 중앙일보 211여만부, 동아일보 200여만부이며, 유료부수의 경우 조선일보가 180만부로 집계돼 조선일보만 해도 무료부수가 60여만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유료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무료부수도 조선일보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