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판매시장의 혼탁이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신도시 일산지역에서는 지난주 초부터 동아일보를 필두로 자전거 경품을 제공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까지 합류, 일대 불법 판촉전을 벌였다. 조중동은 지난 주말 일단 자전거 좌판을 철수했으나 일부 지국의 경우 2일 현재까지도 전화 접수를 통해 자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경우 동아일보에서 시작한 자전거 경품 제공이 이제 조중동의 무차별 혼전으로 발전했다.

가장 늦게 자전거 좌판을 벌인 중앙일보 일산지역의 한 지국 관계자는 “동아일보가 이 일대에 자전거를 좌악 까니까 독자들이 뚝뚝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 금세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까지 가세했는데 1주일 정도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울며 겨자먹기’로 자전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기 독자는 끊기고, 독자들은 ‘자전거 왜 안주느냐’고 계속 전화를 한다. 이렇게 흔들어놓으면 어느 지국장도 못 버틴다”며 “우리 지국장은 전세였던 집을 사글세로 돌리면서까지 자전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그는 최근 며칠 동안 자전거 AS 처리문제로 골치를 앓았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 대리점에서 덤핑 자전거는 AS를 못해주겠다고 하니까 독자들이 지국으로 들고 온다”며 “신문지국이 아니라 자전거지국이 돼버렸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같은 양상은 여타 신도시 지역도 마찬가지. 현재 자전거 경품이 제공되고 있는 지역은 확인된 곳만 해도 과천, 산본, 안양, 평촌, 서울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달 초까지 동아일보 위주로 제공하던 자전거 공세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지국까지 합세, 조중동간 ‘경품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자전거 좌판을 둘러싸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지국간에 몸싸움이 벌어진 평촌지역에서는 동아일보 지국원이 머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조선일보 지국이 좌판을 철수하고, 동아일보 지국은 폭력을 문제삼지 않는 선에서 합의를 끝내 이날의 사태는 마무리됐다. 이같은 수준의 물리적 충돌이 일상화될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는 게 지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서울지역에서도 자전거 경품이 살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동대문지역 지국장들에 따르면 동아일보 창신지국은 지난달 28일 지난해부터 지켜오던 지국장들간의 합의를 깨고 자전거를 경품으로 제공해 물의를 일으켰다. 조선일보 동대문지국 배백섭 관리소장은 “동아 지국장이 지난 1일 찾아와 ‘본사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쓰게 됐으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지국장들은 어떻게 할지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중동의 자전거 경품전은 결국 서로 독자를 뺏고 뺏기는 식의 출혈경쟁이라는 분석이다. 일산지역 조선일보 지국의 한 관계자는 “신규독자가 느는 게 아니라 약정 만기가 찬 3사 독자들이 경품에 따라 신문을 바꿔가며 이동해 지국은 오히려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지국 일선에서는 연말까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경품 제공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일보 산본지역의 한 지국장은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연말까지 세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판매시장의 정상화는 이제 기대조차 안한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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