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의 판촉경쟁과 증면경쟁이 갈수록 심화됨에 따라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신문공정판매총연합회(신판연)가 잇따라 결의대회를 여는 등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잡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신문사 지국 관계자가 판촉·증면경쟁으로 인해 지국운영이 한계에 와있다고 호소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선일보 동대문지국 배백섭 관리소장은 지난달 28일 열렸던 지국장들의 결의대회 전후로 최근 주요 일간지들의 증면경쟁으로 지국 직원들의 노동여건이 더 악화됐고, 판촉경쟁도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밝혔다.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6∼17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는 배소장은 “동대문지국의 경우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모두 경제섹션 증면과 함께 간지로 발행되면서 적어도 섹션발행 이전보다 근무시간이 1∼2시간 이상 늘었다”며 “섹션면이 본사에서 지국으로 발송되기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데다 삽지하는 데 드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3시간은 더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배소장은 삽지와 배달, 배달되지 않은 독자 체크, 수금과 확장까지 모든 작업을 지국 직원 3∼4명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면을 통해 또다시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지국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면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점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배소장은 “지난해 1월 초 한 팔이 불구인 지국 직원이 배달 도중 뺑소니 사고를 당해 쓰는 팔이 탈골되는 피해를 입어 완쾌될 때까지 병수발을 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본사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없었다”며 “이같은 사고 외에도 매일 각 신문사마다 하루 평균 2∼3건씩 직원들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만 사고처리는 모두 지국 몫”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배소장은 지국 직원의 후생문제에도 본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문사들의 극심한 판촉경쟁과 관련, 배소장은 아무리 부당판촉에 대해 고발을 해도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데다 확장을 요구하는 본사로부터의 압박은 여전해 지국은 빚더미에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소장은 “지난 4월 조선일보 모 지국장은 해당지역에서 부수가 조중동 중 가장 적어 본사로부터 교체압력을 받고 실적확보를 위해 2000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며 “그 뒤 부수를 어느 정도 늘리기는 했지만 실제로 수금이 잘 되지 않아 빚은 산더미같이 쌓였다”고 말했다.

배소장은 이어 “확장을 못하면 그만두라는 본사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빚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은 주변의 지국도 마찬가지”라며 “지국과 본사의 관계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증면경쟁, 판촉경쟁 하에서 지국은 점점 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