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무가지를 제한한 신문고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8일 합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고시 제정의 주역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시민단체, 언론노조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크게 환영했고 신문사들은 사별로 각기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신문고시가 법적 인정을 받았다는 점과 앞으로 제도 시행에 힘을 받게 됐다는 사실에 큰 반가움을 표시했다. 공정거래위의 한 관계자는 “한 조항이라도 위헌 판결이 났으면 신문고시를 공격했던 일부 언론이 얼마나 난리를 쳤겠느냐”며 “그래도 신문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은 그대로 이행될 것이다. 갑자기 칼을 빼겠다는 식의 전환은 없다”고 말해 기존 방향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합헌 판결을 누구보다 환영한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는 이번 판정이 불공정한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들은 신문협회와 신문사들이 자율규약 준수를 통해 신문시장 개혁 의지를 적극 보일 것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 제도를 현실적으로 가동시키는데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19일 관련 논평을 내고 “언론의 무분별한 상업적 이익추구에 제동을 걸고 신문판매 시장의 공익가치를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헌재의 결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공정위는 신문고시 제도를 가동하고, 신문협회와 각 신문사는 자율규약을 말로만 떠들지 말고 신문고시를 엄격히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용백 위원장은 “당연한 결정이다. 자율규약을 부르짖은 신문협회는 이번 판결정신을 존중해 자정선언을 제대로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 판매시장을 정화하겠다는 의도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신문협회 해체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판매국 관계자를 통해 들어본 각 신문사의 입장은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경향신문, 한겨레, 대한매일 등 작은 신문사들은 일부 신문사들이 신문고시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며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해온 것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 합헌 판정을 높이 평가했다.

또 신문고시와 관련한 헌법소원이 원래 타당성이 없었다며 이제야 결정이 난데 약간의 원망스러움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신문고시의 법적 근거를 확인한 데 대해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합헌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같은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공정위가 이번 결정에 힘을 받아서 신문업계가 자율로 정화하지 못한 시장 질서를 정상화시키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매일의 한 관계자 역시 “신문고시 합헌 여부를 둘러싼 신문사간 논란에 결론을 짓고, 공정위 제재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한 결정”으로 해석하면서 “법적 판단이 끝났으므로 남은 것은 신문업계의 자율적 시행이겠지만, 자율에 맡겼을 때 개선되리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공을 넘겨받은 공정거래위가 엄정하게 제재를 해 판매시장을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는 “신문고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온 신문사들은 그동안의 행태에 대한 자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신문협회 역시 엄격한 실사를 통해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큰 신문사들은 이와 다른 분위기다. 이들은 신문고시의 타율규제를 경계하며 신문사 중심의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원칙적으로 보자면 신문사들이 신문고시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없다”며 “오히려 과당경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차원에서는 여전히 신문고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중앙일보 고객서비스본부 관계자는 “합헌 판결이 났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타율에 의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재의 과당경쟁도 일종의 과정이며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거쳐 신문사 스스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일부 신문사의 지나친 경품사용 때문에 독자감소 등의 피해를 보고 있어 내부에서 ‘고시 규정을 위반하면 차라리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렇게 되면 단기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을 끼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 판매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지만 각 사마다 입장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는 경품이나 무가지 모두 20% 범위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신문고시 합헌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진 않지만 강제로 시장을 규제하는 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문협회는 이번 결정이 미칠 영향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문협회의 한 관계자는 “고시 제정 이전에도 자율규약을 통해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제한 뒤 “신문고시 자체에 문제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위헌을 제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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