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방송사 간부나 PD가 특정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금품이나 주식을 받고 가요순위프로나 오락프로에 해당사 소속 가수들을 고정적으로 출연시켜준 비리가 검찰 수사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그 파장이 언론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가요담당 기자들은 “구체적인 비리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방송-연예계 마피아’의 먹이사슬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그동안 이러한 커넥션을 ‘관행’으로 치부하며 파헤치지 못한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자성과 함께 근본적인 개선방향을 지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관련기사 7면

한 중앙일간지 문화부 기자는 “사실상 가요 오락프로를 총괄하는 일부 방송사 고위간부가 자신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한 해당 기획사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음반 띄우기’를 했다는 건 가요담당 기자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도 이에 대한 취재를 했지만 기획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생각했던 것만큼 지적하지 못했다며, 일부 연예인이나 연예산업에 대해 흥미유발이나 홍보위주로 접근하는 연예관련 기사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기자는 “실제로 추적보도를 통해 이들의 비리를 캘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같은 방송사와 기획사간의 특수관계에 따라 음반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가요담당 기자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종합일간지 기자들조차 이같은 문제점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고, 나 역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만큼 기사화하는데 미흡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털어놨다.

지금처럼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경우가 아니면 언론이 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간의 문제를 지적하는 쓴소리를 하는 예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위축되고 왜곡된 음반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언론이 이번 기회에 일부 방송관계자들이 개인의 치부를 위해 공공재인 전파를 사유화하고 있는 실상을 파헤쳐 연예산업이 더 이상 복마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기자는 “1∼2년 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종합일간지의 연예인 관련 지면에서 홍보성 기사가 너무 많다”며 “지면에 실리는 기사들도 심층적이기보다는 해당 가수를 홍보해주기 급급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번 기회에 지면수를 줄이든지 엔터테인먼트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기자는 이같은 비리구조의 근원인 방송프로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가요순위 프로를 통해 특정 기획사와 방송사의 유착관계가 유지돼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비리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가요순위 프로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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