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8개 지역에서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돌봄’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장애인들이 논의 주체에서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15년 전과 지금 사회복지 제도나 프로그램이 바뀐 게 없다”며 “‘재활 풀(pool)’에 아직도 당사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치료사, 복지사, 간호사 등 의료인 중심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논의하는 데서 나아가 당사자들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뉴질랜드나 스웨덴에서는 재활팀에서 당사자를 절대 배제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주최로 대한재활의학회, (사)대한작업치료사협회, (사)대한물리치료사협회,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등 4개 재활 단체가 공동 주관했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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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중도장애인을 위한 ‘생애주기별 재활시스템’이 필요하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돌봄을 받아야 하는 대상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은 돌봄 대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우리 욕구를 반영해 자율과 선택에 따라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 장애인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 한 사람이라는 걸 염려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승연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환자들이 병원에서도 못나가는 이유는 재활이나 물리 치료를 집에서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순간부터 방치된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년 복지부에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게 방문 진료나 방문 재활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지역사회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라고 생각하고 이런 것들이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현재 우리나라 의사협회가 커뮤니티케어에 소극적인데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방문진료 장애평가는 의사들이 해야 하는데 의협이 너무 소극적이다. 일본에서는 의사회가 나서서 커뮤니티케어 체제 수립에 큰 기여를 했다”며 “ 좀 더 치밀하게 환자 중심적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겠구나’ 믿음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재활의 역할-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공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한 재활의 역할-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커뮤니티케어 추진 계획을 밝히며 노인·장애인 등이 본인 집이나 그룹홈 등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등을 통합 제공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선도사업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커뮤니티케어 제공을 보편화하겠다는 것이다. 

광주광역시 서구·경기도 부천시·충청남도 천안시·전라북도 전주시·경상남도 김해시 등 5곳은 노인, 대구광역시 남구·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등 2곳은 장애인, 경기도 화성시는 정신질환자 대상 선도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일각에선 기본권 보장을 ‘돌봄’이라 정의한 한계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개념 모호성, 인프라·인적 부족 등 우려도 제기돼왔다.

복지부는 21일 ‘제1회 지역사회 통합돌봄 2026 비전포럼’을 열고 정책과제 수립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시작했다.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이날 “우리보다 앞서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진한 선진국들은 30~40여년에 걸친 기간 동안 정책·제도 보완 과정을 겪었다. 우리는 이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시작했고 학술·정책·실천적 차원에서 연구·실증해야 할 과제들이 놓여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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